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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과 기억의 기록2016. 4. 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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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고통이란 건, 사실 아직 잘 모른다.

그것은 지금의 내 삶이 그리 고통스럽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제껏 살아오면서 그다지 큰 고통은 느껴본 적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럼에도 때때로 찾아오는 무력감,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김, 생동감이 없는,

멈춰있는, 의미없는, 귀찮음, 게으름, 나태함, 지저분함, 불신, 원망 등의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태가 찾아오는데,

그럴 때의 내 마음은 어쩌면 고통 그 자체인 것 같다.

 

이런 고통이 올때마다 외면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부디 온전히 수용하여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또 다시 걸어가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기를.

 

생동감,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김, 생명력이 넘치는, 움직이는, 적극적인,

부지런함, 능동적인, 깨끗함, 믿음, 신뢰, 고마움을 느낌.

마음 속이 이런 단어들로 꽉꽉 들어찬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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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을 잃고 비틀비틀 걸어갈 때면 한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만 같다.

몸 어딘가가 불편해지면서 단박에 숨소리부터 달라진다.

명확하게 한가지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상황들이 얼기설기 복합적으로 뒤엉킨다.

 

그도 그 나름대로 노력한 것을 이야기 한 것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비춰지는 나는 굉장히 까다롭고 피곤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다.

노력 자체를 가상하게 봐주는 긍정적인 시선보다는

나에 대한 관심이 그정도구나 분별하게 되는 어리석음이 더 크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주는 눈이 없다고 여겨질 때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이다.

외로운 마음에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난다면 반드시 실망감만 커진다.

알아봄이 없는 시선에 되려 상처를 받고,

내가 나인채로 있을 수 없는 만남은 부정적인 감정만 불러 일으킨다.

 

부정이 다시 긍정으로 돌아 서려면, 부정마저 포용하는 넒은 마음이 필요하다.

삶에서 겪어 나가는 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로인해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할 줄 알았으면 한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슬픔으로부터의 자유롭고 싶다.

쉽진 않다는 말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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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 듣던 노래를 지우는 일.

좋아하던 것마저 이렇게 쉽게 변하는데.

그게 자연스러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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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에 옷을 맡기며 우리집 주소를 쓰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주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

"시험보세요? 표정이 너무 심각해서"하신다.

 

듣고 보니 너무 재밌다.

이까짓게 뭐라고 그토록 심각한 표정을 지었을까.

이사를 할 때마다 주소가 바뀌는 탓에 주소를 잘 외우질 못한다.

아니 외우려는 노력을 안하는 것이 정확한 원인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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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르게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말이라도 "감사하다"고 했던 것은

그러길 원하는 바람과 노력이라고 여겼는데,

문득 가식이었구나 하게 됐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마음이 상대에게 전해질까 두려워졌다.

 

더 많이 갖고, 인정받고, 나아지고 싶은 욕심으로 얼룩이진 마음이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깊은 마음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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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수업준비를 하면서 무당개구리에 대해 알아보는데,

무당개구리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올라왔다.

등쪽의 울룩불룩한 피부 하며 바닥면의 붉으면서도 미끌미끌한 살갗. 

그런데 이런 무당개구리를 보며 '자세가 귀엽다'느니, '더 잘 찍을수 있었다'며 아쉬워하는 사람을 보게 되니

'그런가'하며 갑자기 나도 무당개구리에게 호감이 느껴졌다.

 

어떤 시선은, 다른사람이 긍정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2주 전에 엄마 아빠랑 미나리를 뜯으면서 엄마가 맹꽁이가 있다고 봐볼테냐고 물었는데

그때 볼걸 그랬다.

별로 귀엽지가 않아서 (실은 징그러운 마음이 더 커서)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아이들한테 보여줬다면 좀 더 살아있는 맹꽁이가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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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알아보는 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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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아니라 체험으로써의 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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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근의 <들꽃 이야기>를 읽는다.

삶이 피폐하게 느껴질 때면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시 정리하게 되는데

그러면서 찾게 된 책이다.

 

<사계절 생태놀이>란 책이 워낙에 좋아서 글쓴이인 '붉나무'를 찾다가 그렇게 강우근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보게 된 그의 인터뷰 내용 중에 이런 부분이 있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무와 성실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 무는 매사에 욕심을 버리고 사심을 버리고 청정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고, 더불어 온 정성을 다하는 성실성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박생광 선생님으로부터 그림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나는 처음 듣는 화가이다.)

 

이 말 속에서 '나 잘났다' 하고 드러내려는 마음을 뉘우치게 된다.

또 한편으론 간절한 마음, 진실된 마음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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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님이 올리는 음식들 사진은 별로지만

시는 참 좋다.

 

 

 

비 - 윤보영

 

내리는 비에는

옷이 젖지만

쏟아지는 그리움에는

마음이 젖는군요

 

벗을 수도 없고

말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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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떠난 자리의 우리 _ 전기성

 

 

 

 

말도 안 되는 몽상들은 마치 연기처럼 희미하게 눈앞을 흐리다
다시 선명해져가면 왠지 슬퍼 졌어

넌 취한 제비처럼 누군가에게 속삭여 주던 그 노래 이제
그렇지만 이 작은 거리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아 허무해 졌어
그때도 영원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