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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2.15 죽음 (4)

 

 

할머니의 죽음은 하얗게 바랜 할아버지의 손가락이었다.

하염없이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아빠의 뒷모습이었다.

 

누군가가 죽은 후에 일어나는 과정을 이토록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는 처음이다.

으레껏 행해지는 절차를 보며 죽음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되어 있는 이는

나를 포함하여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땅 어딘가에서는 매일 사람이 죽고 장례식이 치러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낯설은 죽음이라니.

 

망자를 위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의식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무거운 감정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서 이토록 무지해도 되는걸까.

 

 

모쪼록,

이곳에서 겪었던 모든 아픔으로부터 가벼워지시기를.

병들고 낡은 몸은 훌훌 털어버리고 또 다른 곳으로 밝은 여행을 떠나시길 빈다.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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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 읽다가 삼 년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셨던 생각이 떠올라 순간 먹먹했어요
    그때는 왜 눈물 한방울 나지 않았을까 싶고...
    금방 잊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를 볼 때면 스스로애게 섬짓 놀랄 때가 있었어요
    지금 마음은 좀 괜찮으시나요
    괴로운 만큼 당신을 사랑했던 거라 생각하시면 좀 나을 거예요

    2014.12.18 10: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괜찮아요.
      이만큼 덤덤한게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때문인지, 애정의 깊이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저는 제 일상을 잘 보내고 있답니다 :)

      2014.12.20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2. 아 할머니께서 가시는 모습은 그런 모습이셨네요. 흔적을 그렇게 산 자들의 손가락과 뒷 모습에 흘려놓고 가셨네요.
    글로만 보아도 참 조용히 편안히 가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2015.03.28 14:10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