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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01 한밤중의 요리 (4)

 



 


여기 있는 정신기생체보다, 여기 없는 정확한 사랑의 실험이 더 보고싶다. 엉...

결국 책을 읽지 못하고 이른 잠에 들었는데 중간에 깨버렸다.
어정쩡하게 눈을 뜨면 더 자지도 못하고 피곤할텐데.
이대로 잠을 자버릴까 일어나 요리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트에 다녀왔다.
숙주나물이랑 시금치랑 양파랑 송이버섯이랑 파랑 브로콜리를 사가지고 왔다.
느타리 버섯을 사고 싶었는데 양에 비해 너무 비싸고 싱싱하지도 않아서 사지 않았다.

집에 있던 무랑 당근까지 더해서 요리를 했다.
너무 간만에 해서 그런가 요리들이 맥을 못춘다.
할머니를 떠올리면서 끓인 무국은 무를 너무 많이 넣어서 단맛이 난다. 시금치는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너무 익어버렸다.
채소를 볶다가 넣은 버섯은 그 간격을 너무 멀리 잡았는지 채소가 더 많이 익었다.
요리도 자주 해야지 솜씨가 늘겠다 싶었고, 재료의 식감을 살린다는게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았다.
기름을 두른 후라이팬에 브로콜리랑 물을 같이 넣어서 기름인지 물인지 다 튀어버렸다. 이렇게 바보 같을 때가
...

파는 내일 비닐화분에 심어야겠다.
양파랑 고구마를 실내에서 키워야겠다.
실내는 환기도 안되고 해도 잘 안들어서 크기가 힘들테지만, 그래도 방에 같이 있고 싶다.
당근 꽁지를 잘라다가 작은 유리병에 넣었다.

정말 오랜만에 요리를 했다.
마음이 한결 풀렸거나, 봄이 오려고 한다거나, 나를 조금 더 이해한 것 같은 기분이다.
그간 내가 먹고 살았을 엄마의 요리를 생각하니 갑자기 감개무량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본질에 닿고싶다.

이만 자야지. 굿나잇'-'


Posted by 정아(正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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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밥만 세끼 차려 먹어도 하루가 후딱 간다고 삼시세끼에서 그러던데 정말 공감했어요. 저도 엄마가 해주는 요리만 먹다가 최근에야 스스로 요리같은 걸 해보고 느낀 건데, 하물며 보리차 물을 한잔 마셔도 손이 참 많이 간다는 생각을 해요. 그동안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안해지고. ㅜㅜ 감개가 무량하다는 말이 확 와닿네요.

    쓰신 것 보니 채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식사였겠어요! 전 바질이랑 버섯이랑 볶아 먹는게 그렇게 맛있더라고요. 향긋하니... 크...
    잘 챙겨 드세요.:)

    2015.02.02 08: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르게요. 매 끼니를 정성껏 차리다 보면 정말 밥만 하다가 하루가 다 지나겠어요. 밥하고 먹고 치우고.
      때론 더 맛난게 먹고 싶어서 심술도 부려보고요. 엄마의 밥상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그 밥상들을 다 헤아리려니 맘이 뭉클해지더라구요.

      헤헤 그랬으려나요. :-) 제가 한거라 그런가 저렇게 됐어도 불평 불만 없이 잘 먹어요. ㅎㅎㅎㅎ 바질은 맛이 독특해서 호불호가 갈리던데, 좋아하시는군요 '-' 이제 슬슬 몸좀 챙겨볼까 싶어요. 봄도 오고 하니까. 히. 고마워요. ♥

      2015.02.02 22:06 신고 [ ADDR : EDIT/ DEL ]
  2. 토요일에 무생채를 만들어 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ㅎ
    먹는 일도 삶에서 참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간만에 하는 요리에 실수하시는 모습들이 귀엽우십니당~^ ^
    월요일이라 그런지 벌써 눈이 감기네요.
    이만 자야겠어요. 굿나잇'-'

    2015.02.02 21: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무생채에 생강 넣으셨어요? 그거 넣으면 향이 확 사는데 '-'
      무를 채써는게 제일 어려운거 같아요. 스킬이 없으니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구요. 제가 한때는 먹는거에 완전 집착하면서 진짜 중요한거라고 맹신 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좀 잠잠(?)해졌어요. ㅎㅎ

      크하하. 그렇게 봐주시니 그렇죠 뭐.
      일찍 자고 상쾌한 아침 맞으시길 바래요.
      좋은 밤 되셔요. 굿나잇 >_<

      2015.02.02 22:0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