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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06 텃밭 이야기 (8)
vegetus2012.06.06 10:34


케일
케일은 씨만 반짝이는게 아니라 잎사귀도 반짝거린다.(☜ 클릭하면 씨앗 사진)
케일을 흐르는 물에 씻다가 보면 잎의 뒷면이 은색 비늘로 코팅이라도 한듯이 반짝인다.
식감은 배추와 상추 사이? 아니 그보다 뭔가 포근한, 살가운, 부드러운..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식감이 있다.
그래서 케일은 데쳐서 나물로 먹기 보다는 생으로 쌈을 싸서 먹는게 제일 맛있다.

그런데 이런 케일은 나만 좋아하는게 아니고 벌레들도 좋아한다.
케일이 너무 클때까지 내버려둬서 그런지 잎사귀의 뒷면에 알도 있고 작은 벌레들도 있고..
씻어내느라 시간이 꽤나 흘렀다. 
잎사귀도 멀쩡한 건 거의 없다. 죄다 벌레들이 갉아 먹었다.
그래도 괜찮다. 다만 걱정이 되는건 미처 씻어내지 못한 알들이 내 뱃속에서.....-.-

씻어낸 알과 벌레들이 들어있는 물을, 하수구에 흘려보낼까 아니면 텃밭에 뿌려줄까 고민을 했다.
이미 죽어버렸는지 텃밭에라도 뿌리면 다시 살아나는지 알 수 없지만,
이것들을 텃밭에 뿌려주면 더 많이 갉아 먹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맘을 곱게 써보자'싶어서 텃밭에다가 뿌려주었다.

다시는 벌레로 태어나지 마라.
그래서 누군가에겐 맛있는 먹거리를 한가롭게 씻고 있는 풍경이
누군가에겐 먹을 것, 살곳, 게다가 목숨까지 통째로 날려버리는 일이 되지 않기를.

앞으론 케일이 너무 크기 전에 따다가 먹어야 겠다. 몇포기 되지도 않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나온다.
케일에선 어떤 꽃이 필까?



각시동부 싹
텃밭 군데군데 빈 곳에 씨앗들을 뿌리다 보니 어디에다 뭘 심었는지 기억이 확실치가 않다.
튼튼한 싹이 돋았는데, '여기다가 뭘 심었더라..' 하는 순간, 머리에 쓰고 올라온 씨앗 껍질을 보고 
그것이 '각시 동부'라는 것을 알았다.



다유들깨 싹
상추 몸통을 잘라 내기 전에 뿌려둔 다유들깨 싹들이 올라왔다. 바로 깻잎 ^.^
엄마가 상추를 잘라다가 처음으로 상추 김치를 담갔다.
열무들도 싹 뽑아다가 열무김치를 담그고, 그 자리에 다시 열무 씨앗들을 뿌렸다.
의성(토종)배추도 뜯어다가 김치를 담갔는데, 약간 쌉쌀한 맛이 난다. 갓김치 같이.



씨앗 받기
엄마가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씨앗 받을 열무를 겨우 두 포기 남겨두고 뽑아버렸다.
ㅜㅜ 엄마도 뽑고 나서 보니까 더 남겨둘 걸 싶었단다.
그리고 시금치와 유채도 모조리 뽑아버렸다. 내가 보기엔 아직 덜 여문 것이 있어서 내버려 둬야할 것 같았는데,
엄마가 보기엔 이미 여문 것들이 벌어져서 떨어지고 있으니 뽑아다가 말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쑥갓 꽃대
쑥갓도 벌써 꽃대가 올라온다.
첨엔 잘 뜯어다가 먹었는데, 내가 액비를 잘못 준 후로 좀 비실 한듯 싶더니,
잎이 올라왔다 싶어 뜯으려고 보니까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엄마가 지금 뜯어다가 먹어도 꽃은 또 올라온다고 해서 그냥 뜯어서 먹었다.

 
 

채소 밭에 꽃을 심은 것이 아니라
교수님께 채소밭에 금잔화 꽃을 심었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교수님께선 채소밭에 꽃을 심은 것이 아니라 모든 채소가 그대로 꽃이라는 답장을 보내 오셨다.
'꽃을 피우지 않는 채소가 어디 있느냐'고 하시면서.
그 글귀를 보는 순간 내 입가에도 꽃이 피는 것 같았다.



/
'좋고 나쁜 것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달라진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것'이라고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분별하는 마음을 없애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진 못했는데,
이제 쬐-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분하게 정직한 속도로 흐르는 것'이 누군가에겐 '게으름'으로 느껴지고,
'고요함'이 '졸림'이 되는 것이 순간 이듯이. 


좋고 싫은 것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것은 나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 또한 나이며,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것도 나다.



앵두, 포리똥
앵두, 포리똥(보리수)열매를 엄마가 이웃집에서 따왔다.
포리똥에서는 기분 좋게 새콤한 맛이 나고
앵두는 살짤 달면서 새콤하다.
엄마는 자두가 열리면 이웃집에도 돌려야겠다고 하셨다.

 
Posted by 정아(正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