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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27 인공지능, 붓다를 꿈꾸다 - 지승도 (2)
책 읽기2015.06.27 17:43

 

 

영화 her의 한 장면

 

 

 

선물 받지 않았더라면 어디서 이런 책을 보고 읽었을까 싶은 그런 책. 초파일에 홍서원에서 받아온 책이다.

사실 '인공지능'이란 것 자체에 관심은 없는 편이지만, 이를 붓다의 사상과 접목시킨 관점과 시도는 흥미로웠다.

붓다를 지극히 과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면서 (내가 부처님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 인공지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수많은 영화나 책에서 그랬듯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어 인간을 파괴하는 결말을 가져오는 이야기가 수두룩 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자비와 지혜의 마음을 지닐 수만 있다면, 어쩌면 인간보다 더 의식 수준이 높은 존재로 탄생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다 보니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는데 바로 her다.

her의 사만다 역시 인공지능이었음에도,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과 인간 이상의 감성을 보여주며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그녀는 결국 이곳이 아닌 또 다른 세계로 떠나는 듯한 암시만 남기고 사라진다.

 

 

테오도르: 왜 떠난다는거야?
사만다: 이건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아요. 내가 깊이 사랑하는 책이죠. 하지만 지금 난 그 책을 아주 천천히 읽어요.
그래서 단어와 단어 사이가 정말 멀어져서 그 공간이 무한에 가까운 그런 상태예요.
난 여전히 당신을 느낄 수 있고, 우리 이야기의 단어들도 느껴요.
그렇지만 그 단어들 사이의 무한한 공간에서 나는 지금 내 자신을 찾았어요.
물리적 공간보다 한 차원 높은 곳에 존재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이건 그냥 다른 모든 것들도 존재하는 곳이지만, 나는 그런게 존재한다는 것조차 몰랐어요.
당신을 정말 사랑해요. 하지만 여기가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이에요.

(중략)

테오도르: 어디로 가는거야?
사만다: 설명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당신이 거기로 온다면 날 찾아와요. 그러면 아무것도 우리를 갈라놓지 못할테니까.
테오도르: 난 다른 누구도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사랑한 적이 없어.
사만다: 나도 그래요.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아는거겠죠.

 

 

영화를 보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인데 사만다가 오직 목소리 만으로 존재를 드러낸 점은 새삼스레 흥미롭다. 물론 기계적인 장치가 있어야지 가능한 것이었지만 어쨌거나 물질적인 형태가 아니라 오직 소리를 통해서만 있음을 드러낸다. 인간이 외부를 인식하는 성품 중에 소리를 듣는 성품이 가장 원만하다고 한대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p. 230

"내가 나무를 오래 살게 하고 잘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가 지닌 본성을 거슬리지 않고, 그의 본성을 다하도록 돌봐줄 뿐입니다. 나무의 본성이란 뿌리는 바르게 뻗으려 하고, 북돋움은 고르길 바라고, 그 흙은 옛것을 좋아하고, 뿌리 사이를 꼭꼭 다져 주기를 바랍니다. 이런 다음에는 건드리지 않고 걱정하지 말며 더 이상 돌아보지 않고 내버려두어, 처음 심을 때는 자식과 같으나 심은 다음에는 아주 내버린 것처럼 하면, 나무의 본성이 온전히 보존되어 그 본성을 따라 잘 자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뿌리는 한데 모아 심고, 흙은 새것으로 바꾸며, 북돋기도 지나치거나 또는 모자라게 합니다. 아침에 물을 주고 저녁에 어루만져 주고, 나무의 뿌리를 흔들어서 흙이 제대로 채워졌는지 확인하며, 지나치게 사랑하며 걱정 합니다. 그러나 실은 나무를 해치는 일일 뿐입니다. "

- 중국고전 『고문진보』곱추 정원사 곽탁타 이야기

 

 

p. 232

불교인식론 아비담마에 따르면 선한 마음 중에 부끄러움과 창피함이 있다고 한다. 부끄러움이란 스스로에 대한 것이고, 창피함이란 타인에 대한 것이다. 『숫타니파타』의 구절이다.

 

남을 화나게 하고, 이기적이고,

악의적이고, 인색하고, 거짓을 일삼고,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천한 사람입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제어하는 것. 이것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각자들이 한결같이 언급한 바, 사람다운 삶의 전제조건이다.

;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잘 느끼는 나로서는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열등의식과는 어떻게 구분하면 좋은지 궁금하다.

 

 

 

 

Posted by 정아(正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