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5.01.03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2. 2014.12.01 그냥 자려다 일기 6
  3. 2014.08.23 가을이 오면 6
책 읽기2015. 1. 3. 21:55

 

 

 

Paul Gauguin’s Ia Orana Maria (Hail Mary) (1891)

 

 

 

p.245

 대개의 사람들이 틀에 박힌 생활의 궤도에 편안하게 정착하는 마흔일곱 살의 나이에, 새로운 세계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던 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p.253-254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날 곳이 아닌 데서 태어나기도 한다고. 그런 사람들은 비록 우연에 의해 엉뚱한 환경에 던져지긴 하였지만 늘 어딘지 모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산다. 태어난 곳에서도 마냥 낯선 곳에 온 사람처럼 살고, 어린 시절부터 늘 다녔던 나무 우거진 샛길도,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바글대는 길거리도 한갓 지나가는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들 사이에서도 평생을 이방인처럼 살고, 살아오면서 유일하게 보아온 주변 풍경에도 늘 서먹서먹한 기분을 느끼며 지낼지 모른다. 낯선 곳에 있다는 느낌, 바로 그러한 느낌 때문에 그들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뭔가 영원한 것을 찾아 멀리 사방을 헤매는 것이 아닐까. 또는 격세유전으로 내려온 어떤 뿌리 깊은 본능이 이 방랑자를 자꾸 충동질하여 그네의 조상이 역사의 저 희미한 여명기에 떠났던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일까. 그러다가 때로 어떤 사람은 정말 신비스럽게도 바로 여기가 내가 살 곳이라 느껴지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그곳이 바로 그처럼 애타게 찾아 헤맸던 고향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풍경,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그들이 죄다 태어날 때부터 낯익었던 풍경과 사람들이었던 것처럼 정착하고 만다. 마침내 그는 이곳에서 휴식을 발견하는 것이다.

 

 

 

 

 

*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서머싯 몸의 소설.

 

"당신 나이에 시작해서 잘될 것 같습니까? 그림은 다들 십칠 팔 세에 시작하지 않습니까?" 라는 물음에

"열여덟 살 때보다는 더 빨리 배울 수 있소"라고 답하는 스트릭랜드에게 반해 읽게된 책이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열정적인 스트릭랜드는 어떤 노력이나 의지만으로 그런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나로서는 짐작할 수 없는 절박함이 있지 않았을까. 집념의 세계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제목은 '달'이라는 이상세계와 '6펜스'라는 물질/현실세계를 대조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스트릭랜드의 몇 가지 행적만 봐도 충분히 눈치 챌만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철저히 달 중심의 인물이다. 인간이라면 흔히 하게 되는 두 세계 사이에서의 고뇌나 번민이 없다. '6펜스'의 세계에서도 살아봤으니 미련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았지만 실제 고갱의 행적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극적인 요소를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한듯 싶기는 하지만(특히 스트릭랜드가 모든걸 버리고 화가의 길로 들어서는 장면), 실제 고갱의 삶에서의 인과관계가 좀 더 매끄럽다.

 

p. 311

 증권 일을 하던 20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30대 초반부터는 전시회에 그림을 출품하기 시작한다. 35세가 되던 해에 증권 시장의 붕괴로 일자리를 잃고 전업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생활이 궁핍해지면서 부부간의 갈등이 심해지자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그를 떠나버리는데 이것은 스트릭랜드의 경우와는 딴판이다. 

 

 

아무래도 책 속의 인물 스트릭랜드는 어떤 행동이나 말 대부분이 지나치리만큼 과장된 인물처럼 보인다. 그런 인물이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 더 매력을 느끼고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기는 하지만.

 

고갱이 더 궁금해지는 책이다.

고갱은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4. 12. 1. 23:46


20141201, 완전 귀여운 루돌프들




/
사랑도 결국은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더 잘 알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그 누군가가 나보다 더 나를 잘 알아주기에.
나 또한 그 누군가를 그보다 더 잘 알아줄 수 있을까.


/
요샌 연분홍 꽃핑크가 좋다.
핑크라니... ㅋㅋㅋㅋ 좋아하는 색도 왜이리 자주 바뀌는지!
기본적으로 파스텔톤을 좋아하긴 한다.
연보라, 민트, 살구색, 베이비핑크...
가만 보면 은근 화려한 걸 좋아한다.
어릴때 내가 골랐던 분홍리본의 검정구두는 괜히 고른게 아니였다.
그땐 그게 제일 예뻐 보였으면서도,
훗날 그때를 회상면서는 '눈썰미 하고는' 했었다.
지금 보니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던 듯. ㅋㅋㅋㅋ


/
스트릭랜드의 당당함과 뻔뻔함이 좀 밥맛이면서도 희안하게 위로가 된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면 당장에 생매장 감인데. 
이런 그를 사랑하고 기억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이토록 오래오래 남아 고전이 되었으니.
달과 6펜스. 폴 고갱의 삶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아 이런 남자였다면 고흐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을지 정말 뻔하다. T-T
엉엉.


/
오늘은 12월의 첫날이고, 게다가 월요일이고, 2014년의 마지막 달이다.
이런 날에 첫눈이 내려주다니 :*) 첫눈 치곤 굉장히 파격적인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간만에 보는 눈이라 반가웠다.
감회가 새롭고 조금은 설렌다. 12월 내내 이런 기분일듯 싶은데.
마음이 편하고 가볍다. 지난주 월요일에도 그랬었는데.
또 내일 가면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하루라도 더 가길 바래본다.

모두들 꿀나잇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4. 8. 23. 16:57


2014/08/21, 하늘로 흐르다
가을이 오면 노랗게 물들어 가겠지 *



/
그림이라는 도구로 관찰/표현하기.
관찰하기는 '보는 것' 에 대한 가장 적극적이면서도 느린 방법이고,
표현하기는 내가 보고 느낀 것에 대한 해석 이다.
이런 과정은 능동적인 사고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
더 크게 굿바이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고 크게 외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 글밥.
아닌 척 외면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크게 외쳐버리는 것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 나 찌질하고 슬프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마음으로.

/
수 많은 말들보다,
그 어떤 생각과 기억보다,
웃음과 몸짓, 그리고 느낌을 믿기로.

/
상상력의 회복

/
불필요한 진실.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말.

/
내 선택만 정확하게 할 것. 이건 나를 위한 .
타인의 영역은 죽이 되건 밥이 되건 그저 믿어줄 것.

/
군말을 말아야겠다.
들을 귀도 없는데 뭐하러 그런 자잘한 것들을 늘어놓는건지.
정리가 필요하다.
나는 아직 사적인 것과 할 말을 구분할 줄 모르는 것 같다.

/
주장하되 옳다는 생각 버리기. 가꾸되 집착하지 않기.

/
생긴대로 살자.

/
사랑한다는 말을 아껴야겠다. '앞으로 사랑하겠다'는 의미로 남발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뭔가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알맹이 없이 미안한 마음에 던지는 거라면. 그보다 몸으로 먼저 고백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
쥐어 짜는게 아니라 자연스레 흘러가길.
흘러 나아가길.

/
소설이나 드라마적 허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진실이란 반드시 객관적인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상력의 힘을 빌려올 때, 더 큰 진실이 드러나기도 한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거짓이라고 여기던 내게
누군가 이런 말 한마디를 던져주었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조금 더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원망하는 마음은 없다.

/
열렬히 타오르는 태양보다는,
은근히 비추는 달빛이 더 좋다.
투명하기 때문에 비치는 것.

/
오래된 습관들을 틀어잡는 일.
몸도 마음도.

/
교사의 역할이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바라보게 해주는 사람 이라는 생각.
요즘 '보는 것'에 관심이 간다.
제대로 보기 위해선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내 눈으로 보아야지 느낄 수 있다.

/
달과 6펜스.
고갱의 이야기라는 이유로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던 책인데,
(나는 고흐를 좋아하는데, 고갱은 고흐에게 상처를 줬다고 생각해서)
"나는 열 여덟 살 때보다 지금이 더 머릿속에 잘 들어와요."라는 한 문장에 꽂혀
당장이라도 구해 읽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내게 '당장 읽고 싶은 책'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았음에도 자꾸만 쌓아두고만 있으므로,
좀 참기로 했다.
어쨌거나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테지.

/
사랑은 일방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상호 작용이 일어난다면,
그러니까 내가 주는 대상도 나에게 준다면,

완벽해진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