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었던 능소화를 드디어 봤다. 비를 맞아 그런지 벌써 반쯤 시들어버렸고,
쓰레기통이 옆에 있어서인지 파리와 벌레가 들끓었다.
지금은 이토록 생생한 삶인데
먼 훗날이 오면 모든게 다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삶이란 즐거운 것 마저도 고통이란 것에 수긍이 간다.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더욱 슬퍼질테니까.
나는 살아있다.
걷고, 마시고, 먹고, 본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잔다.
듣는다. 만진다. 그리워한다. 기다린다.
아무도 보고싶지 않다. 상상한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무수한 찌꺼기들.
그 때묻은 것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어떤 식으로든 우린 연결되어 있으니
이 응답이 번져나갈 것이다.
오고 감이 없는 자리엔 만남과 헤어짐이 없다.
만남도 헤어진 적도 없고, 언제나 나였던 모든 것들을 위하여
믿고 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