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 327, 내가 나를
사진을 보다가 문득,
내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드디어 좀 나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걸까.
화순 숲정이. 둔동마을.
나무에 돋은 연두빛 새싹들을 보러 갔는데 여긴 아직 이었다.
그렇지만 따듯한 햇살도, 바람도, 새소리도, 물소리도, 푸른물도 참 좋았던 다정한 산책길.
온 세상이 벚꽃 천지다.
오늘 같은 날엔, '경전 보단 자연의 법문을 듣자'라고 하면, 혼나겠지? ^^;
스님 법문 아니었으면,
나는 정말 어쩔 뻔 했을까요?
전남 화순에 있는 밥집 색동두부에 가서 밥을 먹었다!
채식 전문 식당은 아니지만 두부 요리를 전문으로 하고, 주문할 때 말씀 드리면 채식에 오신채 도 빼고 해주신다.
헛걸음 하기가 싫어서 전화 문의를 드릴 때도 참 친절했는데, 와서 보니 더 친절해서 감동...
해산물이나 육수에 멸치 같은 생선도, 파, 마늘, 양파, 부추, 달래 다 빼달라고 했더니 "스님 같이 해달라고?" 라시며 한 번에 알아들어 주셔서 정말 기뻤다.
어떤 식당은 (심지어 채식 식당인데도) 유제품이 들어갔는지 물었다가 '그렇게 이상하게' 채식하는 곳 아니라며 유제품을 쓴다고 했고,
또 어떤 사찰음식 집에선 양파가 들었는지 물었다가 '그럴거면 밖에서 먹지 말아야 한다'했으며,
또 어떤 채식 식당은 짤없이 무오신채는 안된다고 했었다.
암튼, 여긴 참 감동. 예전 같으면 아예 밖에서 먹는 걸 포기 하거나, 이렇게 묻는 것도 잘 못해서 (주는대로 안 먹고 번거롭게 한다는 죄책감에)
주눅이 들곤 했는데 오늘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른 반찬은 오신채나 기타등등이 다 들어갔다고 해서 아예 주지 말라고 말씀 드렸더니, 연근만 내주셨다. 내가 호들갑을 떨며 맛있다고 하다가 식탁에 흘렸더니, 천천히 먹으라며 격려(?)도 해주셨다. 그리고 라스트 감동은 따로 무쳐주신 오이무침 ... 사람들 데리고 또 와야지.
쫀득쫀득 오색두부로 만든 두부탕수육 과 맹물로 끓였는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는지 신기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저녁 약속이 있어서 기다리는 중인데,
혼자라도 함께인 것 같고
함께라도 혼자일 때처럼 온전한 채로 항상하고 싶다.
자비로운 마음 없이 살아온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무량한 자비심을 길러 모든 중생들을 제도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