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

대긍정일기 300, 오 삼백!!

보리바라봄 2017. 3. 12. 19:31

 

오, 삼백일째 일기라니!

잘했어, 토닥토닥. 아니 쓰담쓰담.

토닥토닥 하는거랑, 쓰담쓰담 하는거랑 느낌이 다르구나.

토닥토닥은 '괜찮아' 하는 것 같고, 쓰담쓰담은 '잘했어' 하는 것 같다.

예쁨 받는 기분.

 

아침의 요런 느낌을 보는 게 좋다.

다만, 아직은 너무 추워서... (이상하게 지난주보다 더 추웠던 듯.)

보온통에 차를 챙겨갔는데 컵은 안챙겨가고...

이래저래 그늘진 숲 속에 오래 있기는 힘들었다.

시시각각 빛이 이동하는 듯 한데도,

숲 깊은 곳까지 빛이 스며들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샤이닝.

 

 

 

요가매트를 처음으로 개시해 봤는데 바닥 다 기스나고 눌림. ㅠ0ㅠ

 

 

 

문득 올려다 본 하늘. 나무들이 지붕을 만들어준다.

 

 

 

사과랑 빵을 조금 챙겨갔는데,

사과 양이 너무 많아서 까치들 먹으라고 던져줬더니 잘 먹어줘서 고마웠다.

무등산에는 도시에서 본거랑 다르게 생긴 까치들이 산다.

 

 

아침 숲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 (날이 풀리니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새소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점.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들을 보다 분명하게 감각할 수 있다.

(그릇 뚜껑 열고 닫는 소리가 이리도 컸나 싶어 혼자 놀랐다.)

 

 

 

양지 바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책읽기.

한참 좋아했던 이병률 작가의 책을 작년에 읽다 멈췄었는데, 다시 꺼내 읽었다.

이런 곳에서 대승기신론을 읽기에는 뭔가 어울리지가 않는 것 같아서...

(부처님 죄송해요. T-T)

 

 

 

허리를 잔뜩 수그리고 책을 읽다가, 옆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읽었더니 그렇게 편할수가!

빛을 받아 밝게 반사되는 책에 시선을 두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오셔서 그렇게 읽으면 눈이 상한다며

책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읽으라고 말씀해주셨다.

옆에 계신 아주머니께선 '책 많이 읽은 아저씨가 해주는 얘기니까 귀담아 들으라'시며...

그리고 나를 '학생'이라고 칭해주셨다.

ㅋㅋㅋㅋㅋ :D

 

 

 

수자타에 가서 한번 더 용기를 내서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물었다가,

'사찰음식점이긴 하지만 그런게 들어가기 때문에... 그렇게 가리면 밖에서 밥 못 먹는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너무 착하게 교육을 받아서 그런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어야 한다고)

'아 네.' 하고 사람 좋게 웃었지만.

돌아서고 나니, 

'그래서 밖에서 밥 못먹고 살아요.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사찰음식 집에서까지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는 말씀은 말아주세요!'라고 말할걸 그랬구나, 생각이 났다.

아... 담에 또 다시 도전.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물김치나 겉절이 류엔 안들어간다고... ^^

먹어보니 젓갈이랑 매운 냄새가 안났다.

 

 

 

밝은 해가 떠오를 때까지, 오래오래 기다릴 수 있는 인내심을 갖기를 발원합니다.

믿음이 없어 조바심을 내고, 체념하는 어리석음을 참회합니다.

자연의 맑고 또렷하며 선명한 이치를 느낄 수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옴 아 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