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

대긍정일기 203, 느리게

보리바라봄 2016. 12. 5. 21:49

 

 

 

책을 읽는 건, 그 중에도 문학을 읽는 건 내 마음을 읽는 일.

아무 곳에도 의지할 수 없었을 때 오로지 등불이 되어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건 책 뿐이었다.

더듬더듬 보이지 않는 길을 더듬어 나아가고,

확신에 확신을 더해 한 걸음 씩 나아갔던 시간들...

 

내가 가진 관념들을 깨트리기 위해 예전에 그랬듯 또 책을 읽는다.

 

한강의 <그대의 차가운 손>을 읽으며,

내가 우등한 것과 열등한 것으로 구분한 기준은 모두 다 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무리 언어로써 머리로 이해한다고 해도,

마음으로 와닿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책은 그런 앎에 조금씩 아주 조금씩 도움을 준다.

얼마나 조심성 없이 타인을 가늠하고, 함부로 재단하여 판단하려 했던가.

이 책은 꽤나 충격을 준 작품에 해당하는데,

이어서 맛본 감정은 희안하게도 해방감이었다.

 

부분이 전부처럼 남겨지는 게 싫다.

전체, 일련의 과정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달랑 그게 전부인 것처럼 드러내는 일이.

아무리 작은 것 하나라도 전체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없는데.

 

'공감'은 내 마음과 너의 마음이 같음을 확인하는 일.

 혼자가 아니라 함께임을 알아가는 일.

 

요가 선생님은 역시나 - 알수록 더 좋은 분 같다.

요가는 몸으로 하는 것이지만,

마음과 정신도 함께 가야하는 거라고.

몸이 뻣뻣한 것은 비단 몸에만 해당하는게 아니라 마음도 그럴거라고.

 

지난 주말을 보내며 나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또 욕심이 많아지고, 내가 잘나지고, 나를 주장하며, 다른 사람들을 얕잡아보았다.

툭하면 가르치려 들고, 내가 옳다 주장하려 들고, 답답해 하며, 화가 났던 시간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비워보기로 한다.

내가 옳다는 생각,

내가 더 많이 안다는 생각,

내가 잘났다는 생각,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럴 수도 있다' 순응하는 일.

'아무 것도 모른다' 인정하는 일.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대로 충분한 것을 알며,

욕심 부리지 않고 만족하는 삶.

더디게나마 조금씩이라도 그렇게 나아가야지.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옴아훔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