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바라봄 2015. 4. 22. 22:25

 

 

지난주에도 그러더니 요번 월요일에도 우울이 찾아왔다. 이번엔 주변 사람들까지 알아챌 정도라 좀 뜨끔했다.

이런게 찾아오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게 아니라 대체 이유가 뭔지 샅샅이 뒤지게 된다.

그런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서도.

 

 

내린 결론은 복합적이다.

 

 

우울 원인 후보 1. 날씨

내내 우울했던 봄 날씨가 단단히 한 몫 한다. 자꾸만 구름이 끼는 바람에 해를 보지 못하는 날이면 힘이 쭉쭉 빠진다.

땅에 드리우는 그늘 만큼이나 얼굴에도 그림자가 진다.

 

우울 원인 후보 2. 엄마

지난주였던가, 엄마를 보고 왔는데 어찌나 가엾던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며칠 후 혼자 세수를 하다가 떠올린 엄마 생각에 문득 서러워져서 수건에 얼굴을 박고 울었다. 참 웃긴다. 언제부터 그렇게 효녀였다고. 한때나마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다는게 죄스러워서 더 슬펐다.

 

우울 원인 후보 3. 미래

아무래도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 이 땅의 미래가. 그렇게 뾰족한 걸 싫어하면서도 내 자신이 잔뜩 뾰족해져서는 다 들이 받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누구든 붙잡고 정신 좀 차리라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고. 이걸 실행에 옮겼다면 제정신이 아니었을텐데 여기서 그쳐서 다행이다.

 

 

 

 

이렇게 우울한 이유들이 있음에도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건,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게 정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생각을 못했었는데 (왜냐면 내가 제일 잘났으니까. 혹은 제일 못났거나.)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없이 맑고 투명한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면 눈물이 날 것 같다.

 

내가 우울해 한다고 마음을 써주는 사람들도 참 고마웠다.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정말이지 큰 행운이다.

 

 

 

 

 

이번엔 화제 전환.

그냥 일상 속에서 느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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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때 몸을 쓰면 (특히 요가) 기분이 한결 나아질 때가 (늘 그렇지는 않다) 많다.  

땀을 흘리면 더 그렇다.

그간 얼마나 쭈구리같이 살았는지 어깨가 참 아프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때보단 많이 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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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면 열린다는 말이 정말 좋다.

오늘은 영어 문을 두드렸더니 소리 내어 원서를 읽고, 영화를 반복해서 들으라는 얘길 들었다.

처음 듣는 얘기가 아니었음에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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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일어나는 시간이 매일 빨라진다는 걸 핸드폰 숫자로 확인한다. 해랑 닮고 싶어서 내 알람 시간도 해와 같이 한다.

그러나 내 생체 시계 대로 일어난다. 큭... 이 봄이 지나고 나면 해처럼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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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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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을 알기 위해서 그 사람이 먹는 음식을 볼 때가 있다. 그 사람의 웃는 얼굴을 보고, 함께 있을 때의 느낌을 살핀다.

듣는 음악을 본다. 그의 시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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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도 그렇게 '심플'한걸 찾더니, 그 사이 변덕이 찾아와서는 화려한 걸 찾는다.

이런 내 얘길 한심하다는 투로 했더니 이렇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있다.

 

"다 어울린다는 거예요. 좋아하는게 많다는 거예요."   

 

 

 

 

 

 

다시 화제 전환. 어제/오늘의 사진.

 

 


출근길 지나는 아름다운 공간.

초록은 힘이 세다. BIG LOVE. BIG GREEN.

 

 


 

퇴근 길에 만난 달, 별, 그리고 가로등 불빛.

 

 


 

레몬 구두.

 

 

 


ㅋㅋㅋㅋ 귀여운 궁둥이.

어쩌자고 내가 뒤에서 자기처럼 수그리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지를 확인하는걸까.

"선생님 진짜 뒤에 있어요?"하면서도 자기 눈으로 확인 하지 않고 말로만 묻는다.

그렇게 믿어주는 모습이 기특해서 같이 놀았다.

물론 딴짓도 하면서. 크크.





협동심 놀이. 이걸 했더니 성격 다 나온다 아주. 

무너지고 다시 세우기를 여러 차례. 드디어 성공.

정말로 오랜만에 아이들 모두가 아름다워서 마음이 뭉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