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2013. 7. 6. 14:26
Taro (토란)
Taro (토란) by golbenge (골뱅이)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


p.166
 저물 무렵 바구니 하나 끼고 솔밭에 가서 솔잎 베는 맛은 참 기가 막하기 좋다. 솔 향은 향긋하고 싹둑싹둑 솔이 잘리는 맛은 그렇게도 정갈하다. 오월의 솔은 특히나 부드럽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솔 향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찔레꽃 향기다. 그래서 밭둑가에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어나는 곳에 있는 솔밭의 솔이 맛있다. 아, 이제야 알겠다. 왜 텃밭에 솔을 안 심었는지 그 이유를. 그것은 집 안에 찔레가 있지 않으므로. 그런 예는 또 있다. 그냥 열무밭의 열무보다 콩밭의 열무가 훨씬 맛있다. 그냥 파밭의 파보다 메밀밭의 파가 훨씬 맛있다. 그런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누구 옆에 있으면 더 예쁠까? 내가 누구 옆에 있으면 그 사람이 더 예뻐질까? 찔레꽃과 솔, 콩과 열무, 메밀과 파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물음이 저절로 물어진다.

p.189
 어른들이야 언제 그릇 챙길 수도 없고 급한대로 아무 곳이나 보이는 데서 딴 잎사귀에 이녁 새끼들 주려고 자기 몫으로 나온 음식들을 싼 것이겠지만, 나는 나중에는 분별까지 하게 되었다. 달떡은 맨들맨들한 감잎에 싸온 것이 맛있고, 인절미는 뽕잎에, 적은 호박잎에 싸온 것이 더 맛있었던 것 같다.
 옛날의 호박잎, 감잎, 뽕잎을 대신하는 것이 요즘은 호일, 랩, 비닐이다. 그럼 요즘 아이들은 내가 어디 잔칫집 같은 데 가서 호일이나 랩이나 비닐봉투에 싸가지고 온 음식을 두고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무엇은 호일에 싸온 게 맛있고 뭣은 랩에 싸온 게 맛있고 그러나? 나는 예전에 우리 부모님이 내게 그렇게 하신 것을 보며 커서 이젠 내가 부모가 되어 우리 부모님이 내게 하던 대로 호박잎 대신 호일이나 랩이나 비닐에다 뭣을 싸가지고 애들한테 가져다 줘도 애들은 통 먹지를 않더라. 내가 싸가지고 온 것을 내가 먹게 되더라. 하긴, 온기 없는 음식을 비닐 풀고 먹으려니 맛은 없더라니.


: 전라도 사투리가 많이 나와 그런지 감칠맛 나는 글들이다.
맛과 영양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 먹는 음식 이야기.
이 책을 읽고 나서 공선옥 작가가 궁금해졌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3. 7. 6. 14:11

11月18日 國境之南
11月18日 國境之南 by bambicrow 저작자 표시비영리


p.126
 나 자신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자신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마만큼의 휴양이 정당하고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휴식이 되는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 부터가 편협함이 되는가? 얼마만큼 외부의 풍경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얼마만큼 내부에 깊이 집중하면 좋은가? 얼마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얼마만큼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p.145
 그에 비하면 나는, 내 자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지는 일에 길들여져 있다. 세상에는 내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산만큼 있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산더미처럼 있다. 그러나 아마도 그녀들은 아직 그런 아픔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런 것을 지금부터 굳이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녀들의 유유히 흔들리는 자랑스러운 포니테일과 호리호리한 호전적인 다리를 쳐다보면서 나는 하릴없이 그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페이스를 지키면서 느긋하게 강변도로를 달린다.

p.177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매우 고요하고 고즈넉한 심정이었다. 의식 같은 것은 그처럼 별로 대단한 건 아닌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나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일을 하는 데 있어 의식이라는 것은 무척 중요한 존재로 다가온다. 의식이 없는 곳에 주체적인 이야기는 태어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식 같은 건 특별히 대단한 것은 아닌 것이다, 라고. 


/
노트북이 고장나는 바람에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이 더뎌진다.
지금 쓰고 있는 컴도 그다지 멀쩡한 상태는 못되고.
한심스럽지만 달리기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는 고작 한번 하고서 그렇게 호들갑이였냐고 한다.
ㅋㅋ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3. 6. 9. 14:57




참 오랜만에 잠자는 것보다 책을 읽는 것이 더 좋았다.
책 속의 책들까지 욕심껏 읽고 싶은 밤이었고.
진짜 오랜만에...

이것이 내게 시사하는 바는
내 선택에서 오는 의지, 그리고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
소리내어 책을 읽으려니 살짝 긴장이 됐다.
저 부분을 읽을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고. 넌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그 순간에 '졸린다'는 네 말을 들었을때, 이상하게도 웃음이 났다.
참 너답다는 생각과 함께 있는 그대로의 널 받아줄 수 있었으니까.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3. 6. 2. 19:38

역시 선물 받은 책.
이런 류의 책을 너무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재미있지가 않아서 질질 끌다가,
어느 선에서 부터 무척 재미나게 읽었다.
그런 바람에 아침 버스길에 내릴 곳을 지나쳐 다시 되돌아오는 버스를 타기도 했지.



p.130
 그럼 수행인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전전긍긍하며 매우 조심하는 마음으로 수행해야 한다. 얇은 얼음 위를 걷듯이 시시각각 신중해야 하고, 주의해야 하며,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 궁금증을 일게 하는 부분이다. 마음 편해지자고 수행을 하는 것인데 저런 마음이라면 불안하지 않을까 싶다. 불안과 조심은 다른 문제일까?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3. 6. 2. 19:31

거의 정지하다 시피 했던 책 폴더.
오랜만에 올려본다.

 



그렇게 와닿는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끌리는 사람이다.

이 책 한권을 선물 받고 그날은 참 행복해 했었지.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