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에 해당되는 글 437건

  1. 2020.02.27 밝음을 쫓는 본능에 의지하면서
  2. 2019.04.24 머무른 적 없던 봄이
  3. 2019.04.02 내 마음은 이렇게 청정하고 아름다운데 4
  4. 2019.03.18 그 어떤 말들보다 1
  5. 2016.08.20 그냥 일기
느낌과 기억의 기록2020. 2. 27. 18:00

 

 

 

오랜만의 일상 소식. :-)

 

 

 

 

오랫동안 자주 화가 났다.

 

 

스트레스를 받느라 영 맥을 못추던 끝에 조금씩 좋아지고 있을 무렵...

 

더이상 내 의지론 어쩔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으니. 그건 바로 우리나라를 한참 들썩이게 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질환. 코비드19. (covid-19)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내가 사는 지역에 확진자가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겁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문제 없다구' 당당하게 마주하면서.

 

그러다 맨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단조롭기 그지 없는 일상에 더이상 내 힘으론 어쩔 수 없는 타격이 가해졌을때...

걷잡을 수 없는 화가 일어났다.

 

모든 일들이 '기승전-채식'으로 연결되는 사고가 작동했고,

애써 참아온 시간들이 통째로 겹쳐지면서 마음이 배배 꼬였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생각들이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이러다간 어느 누구도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햇살이 내리비치던 아침.

밝음을 쫓는 본능에 의지하면서 길을 걸었다.

 

 

 

꽃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미 꽃을 피웠는데도 찬 이슬에 스스로를 보호하느라고

꽃잎을 오므리고 잠을 자고 있었다.

 

 

동병상련.

 

 

'저기요. 동물 좀 그만 드세요. 박쥐도, 돼지도, 닭도, 소도 너무 많이 먹잖아요.

너무 많이 죽잖아요.

그래서 당신도 아프잖아요.'

 

 

쓰러진 동물들의 피와 눈물이 바이러스로 다시 태어났다.

 

 

 

 

세상 일이야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듯 하늘은 파랗고 잎은 푸르다.

 

 

 

 

나비 같은 꽃들이 하얗게 피었다.

 

 

 

 

최소한의 힘만 쓰다가는 자꾸만 무력해질 것 같아서 밥을 지었다.

콜라비를 채썰고 식초와 소금물에 담가두었던 연근, 팽이버섯을 넣었다.

 

짭짤한 대저토마토와 달콤 상큼 금귤, 케일을 먹기 좋게 썰었다.

압착 귀리인 오트밀과 아마란스 씨를 뿌리고 핑크솔트로 비벼둔 다음,

발사믹식초를 섞은 올리브유를 끼얹으면 맛있고 싱싱한 샐러드 완성!

 

 

 

밥이랑 같이 먹기가 밋밋하다면 머스타드소스와 간장을 뿌리면 된다.

웬만한 식재료는 아이허브 (kr.iherb.com)나 생협 등에서 질좋은 것으로 구할 수 있다.

모두 무농약/유기농 채식.

 

 

 

 

빵이랑 같이 먹어도 맛있고... :P

 

 

코로나 corona는 왕관, 

일식이나 월식 때 해나 달 둘레에 생기는 광환의 의미가 있다.

 

박쥐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처럼 바이러스도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잘못은 인간들의 무분별한 탐욕과 어리석음에,

부족한 자비와 연민심에 있다.

 

햇살이 언제고 따스한 것처럼,

볕을 두른 말간 얼굴도 미소 지을 수 있기를.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9. 4. 24. 07:54




지난 봄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꽃,

그리고 다시 꽃들.

4월 초.

오죽 힘이 없었으면...

아침에 뜨는 해의 기운을 얻으려고 산책을 나섰던 날들.




한 밤 중에 붉은 가로등 불빛에 비친 꽃을 본 적은 있어도,

아침 햇살에 물든 꽃들은 태어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붉은 태양의 마음이 담긴 꽃들이에요' 라고 얘기하면서

행복해 했다.




버들강아지도 피어오르고.




넘쳐 쏟아질 듯 가득한 꽃들이 풍요로운 마음을 일러주었다.






작고 하얀 꽃나무. 조팝나무.




작고 깨끗한 꽃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정화된다.

꽃말은 '단정한 사랑, 노력, 매력' 또

'하찮은 일, 헛수고, 노련하다.'


세상에 하찮은게 어디 있고, 헛된 수고가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아무리 봄이라도 아침에는 한 겨울 같이 추웠는데,

낮은 곳에 핀 꽃들도 그걸 아는지 온 몸으로 서리를 맞고 있었다.





알알이 들어찬 물방울들이 반짝이는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





'봄꽃이라 추울텐데... 이렇게 얼어 붙어도 괜찮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당당하게 추워하자'라는 태도를 배웠다.




지나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을까... :)




법회가 있었던 제주에서도 해를 보려고 바다로 산책을 나갔었다.

귤빛으로 반짝이던 물결들.




구름이 끼어 흐렸지만 조금 있으니 선명한 아침 해가 솟아났다.




시원한 바닷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해지던 풍경.




창 밖의 봄.




김영갑 갤러리에서 보았던 모과나무 꽃.





'당신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시네요.'라는 노랫말과
​'어머니 젖가슴 같은 오름과 소리쳐 울 때가 더 아름다운 제주바다를 처음 만나곤 열병을 앓았다.'

는 문장을 담았다.




​ 

고뇌하는 작은 돌인형들. 어딘지 우울하게 보이는게 꼭 내 모습 같아서 T-T

담았었다.




'아무리 깊다고 한들, 그게 말로 전해지지는 않을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참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담백하게 전한다.

기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마음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어서 일까..

그럼에도 꼭 그만큼 맞닿는 걸 보면 안도하며 기뻐한다.


그동안 받은 만큼, 뒤로 물러나지 않고 책임을 지는 것이 내게 주어진 몫이다.


_()_




​막 시작된 봄을 지나 무르 익은 봄에는 겹벚꽃이 한창이고.




앙증맞은 꽃마리도 예쁘게 피었다.





이건 새로 들인 화분 '박쥐란'. 박쥐를 닮았다.

또 사슴 뿔을 닮아서 '사슴란'이라고도 부른다.





한 번도 몸 아픈 것 때문에 두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오-래된 불편함이 이리저리 엉기고 겹쳐지면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아무것도 아니야'라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알아볼수록 끝도 없이 드러나는 '~일지도 모른다'는 식의 병명들 덕분에

걱정의 눈덩이가 커져가기 시작했고, 불안했다. 

'마음 좀 먹어보려고 했더니 이게 뭐야' 

'업보가 얼마나 두꺼우면' 하면서 울적했는데... T_T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으며 몸의 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그리고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돌려잡았고 내 잘못들을 찾아 사과하며 보살피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괜찮아지는 모습에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


온갖 생색 다 내면서 '건강 같은거'라고 생각했던 마음, 

다른 사람들의 병과 고통에 연민의 마음이 부족했던 잘못들을 참회할 수 있었던 건...

그 과정에서 얻은 복이다.

_()_



한 번도 머무른 적 없던 봄이 이어지고 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막 돋아난 연두빛 새싹을 좋아하지만

망상 속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봄이 오는 소리를 조금도 듣지 못했다.



아래는 여수 영취산의 봄.


이제 막 돋아난 새잎들이 보이고,

벌써 제법 자라난 잎들도 보인다.




가득했던 진달래.

진즉 지기 시작했지만... 하늘하늘 부드럽고 예쁜 꽃.

꽃바람 부는 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했다. :-)




어쩜 이리 말하기는 쉽고 행동하기는 어려울까...T_T




마음을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지... ;(





기대도 못했던 벚꽃들을 가득 만나기도 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하나 둘 허공 속으로 흩날리는 꽃잎들이 아름다워서 마음이 환희로웠다.

이럴 때... 바깥 경계에 끄달리지 말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보라시던 말씀을 떠올렸다.

'내 마음은 이렇게 청정하고 아름다운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이걸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어렵기만 하다.



 

이미 마음의 주인이 된 것 마냥 착각을 해버린 잘못으로 (오만으로 T_T),

뒤늦게 밀려든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 허우적...


요건 산책길에 만난 벚꽃들.

아침에 보는 벚꽃은 햇볕 물이 들어서 부끄러웠고... 그래서 더 예뻤다.

꽃을 보고 있으면 '언제부터 이렇게 아름다웠을까' 희안한 생각이 든다.

왜 난 여지껏 그것도 모르고...

늘 부족하고, 갈구하면서... 미워하고만 살았을까? 

아쉽다.




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걸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동그란 배가 볼록한 참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사랑할 수 있는지,

지난 과거의 후회들을 껴안을 수 있는지, 

(후회할수록 미워지는데... 그러다 보면 '그래도 예쁘기도 했는데'라는 생각도 든다.)

끝없는 '나쁨'이 발견되는 스스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용기 내어 드러낸 온전한 말들 뒤에 남은 침묵을 늘 두려워 했다.

소리 없음의 소리가 내 마음의 소리였다는 걸 이해하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비어있는 동안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 들어야만 하는 소리들이 아팠다.

그래서 그 모든 소리들을 끌어 안지 못했고 모든 날들을 미워했다.

텅 비어 있는 그곳을... 맑은 소리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요샌 예쁘게 보이기를 포기하고 최대한 단조롭게 조리한다.

채소와 버섯을 듬뿍 넣고 간단하게 끓인 국이랑




김치현미밥전.

잔뜩 쉬어버린 김치랑, 찬밥 해결용. :P





그리고 딸기도 조금.




뿌리 깊은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그건 '선함'에서 오는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뒤바뀔리 없는 착한 마음을 분명하게 보고 느낄 수 있어야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믿음이 이다지도 약한 건...

착하지가 않아서 착한 걸 못 보기 때문이다. ㅠㅠㅠㅠ....


아 나는 하늘인데!

하늘이면, 하늘답게, 하늘 같은 행동을 해야 하는데.

부드럽게 이해하고, 감싸주고, 안아주는 마음 대신에

툭하면 자비로운 듯 포장된 잘난 마음이 올라온다.

그래서 쉴새없이 흔들리고 괴로웠다.

잘못이 너무 많다.

T_T


방법은 마음을 더 맑히고 맑히는 것 뿐... _()_

구정물 그득한 걸 알았으면... 가리거나 포장하지 말고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옴 마니 반메 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9. 3. 18. 22:18




은은하게 반짝이던 연두빛깔 상추.

여리고 보드라웠다.



​​

요새 모르겠고 부끄러운 것 투성이라 몸 가눌 길이 없지만,

그 와중에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 하나를 찾았다.

이렇게 상추를 볼때 너무도 행복하다는 점이다... T_T



옆에 있던 작은 냉이도 두어개 뽑아다가 현미국수를 삶은 다음 채수에 넣어 함께 먹었다. 상추랑 토마토도 같이.

냉이는 아주 작았지만... 뿌리 만큼은 새하얗고, 진한 향기가 났다.

또 토마토는... 먹을 때마다 '가득'한 느낌을 주는데,

이미 충분하기 때문에 더이상 무엇도 채울 필요가 없어서

(이런 생각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줘서 참 고맙다. T_T)

그저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그 어떤 의도가 담긴  말들보다 편안한 위로가 된다.




벌써 쑥 자라버린 쑥.




수없이 많은 갈래의 길들 중에 무언가를 찾으려고 하니까 답이 없다.

실은 이미 주어져 있기 때문에 아닌 것들만 진지하게 고민해 가면서 빼나가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이렇게 바보 같이 굴고 있다. T-T

대체 부끄러움의 끝은 어디일까... 그동안은 무슨 참회를 해왔고,

앞으로는 어떤 참회를 하려고...

아직도 여전히 이렇게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참회도 안하고 있었다니...T_T

이제 그만 징징대야겠다.T_T




아무리 멀리 돌아가고, 느리고 더딘 발걸음이라고 해도...

방향 만큼은 정확하게 확실하게...

마음 만큼은 변치 않기를...

가장 거룩한 삼보와 은혜로우신 선지식 스승님께 기도합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6. 8. 20. 23:00


나 참 우스워서.
2년 전에도 작은 조약돌이 되고 말았다더니,
지금은 작은 종달새가 되고 말았다고 하는구나.
늘 처음 하는 고민인 것 같은데
그때도 했던 고민들을 여전히 하고 있는걸 보면
사람이 변하는건 이리도 어려운 일인가?
그래도 나아지려고 나름 애를 써본것 같은데
여전히 또 똑같은 고민들을 빙빙 하고 있다.
아주 질기고 끈적한 생각의 똬리가 내 머릿속에 뒤엉켜
새로운 생각일랑, 바람일랑 일으키지 못하도록 단단히 조이고 있는 것 같다.

안녕.
어쩌면 도무지 놓아버리질 못하는
바보같은 집착들.
반짝였고, 따뜻했던 기억들도 안녕.
좋았지만 영원할 순 없는거고
돌이킬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일.
자꾸 되새기며 기대하면 할수록 추해질 뿐이다.

아마도. 좀 더 노력이 필요한거겠지. 그리고 시간이. 따뜻한 시선이. 세심한 마음이.
지난 시간들과 끝을 내고 나면
또 다른 시작이 찾아오겠지.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