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11. 18. 10:15



                                                                                                                     국화얼굴5, 2011/11/06


 '비가 내리겠거니'하고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는데, 비가 오지 않았다. 엄마가 날 깨우며 자고싶냐고 물어서 멍한 상태로 "운동할까, 운동할까"하다가 결국 운동을 나왔다. 

 새벽달이 밝게 비추었다. 하현달이 떴는데 달 주변이 푸르게 물들어 있었다. 하늘은 맑았지만 저 먼 곳은 먹구름들이 시꺼멓게 몰려 있었다. "엄마 구름 무서워" 

 

 간밤에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길가에 수북했던 낙엽들이 길 가장자리로 몰려있었다. 누가 일부러 비질이라도 한 듯 말끔하게. 엄마는 "깨끗하긴 한데 낙엽 밟는 재미가 없다"고 하셨다.
 운동 중간 지점에는 단풍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엄마는 그걸 보고 "저 나무는 안 마르고 단풍잎이 예쁘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침 운동을 하면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스쳐 지나가게 된다. 나는 전부 모르는 사람인데 엄마가 인사하는 분들에게만 따라서 인사를 한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고 싶지만 왠지 쑥스럽다. 언제쯤 그렇게 될려나... 어쨌든, 종종 내게 "엄마 따라 잘 다닌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오늘 따라 그 말이 내 귀에 쏙 박혔다. '따라' 다닌다는 말이 딱 맞다. 가끔 엄마보다 앞서 갈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엄마 덕에 더 잘 일어나게 되고. 오늘도 엄마 아니었음 잠을 자고 있었겠지. 

 엄마는 쉼터에서 항상 똑같은 몸풀기 운동을 하시는데 오늘은 추가로 팔운동도 하셨다. 나이 50먹으면 오십견이 온다고 하시며 어떤 사람은 팔이 아파서 움직이지도 못 한다고.
 나는 엄마에 비해 슬렁슬렁 몸을 푼다. 윗몸일으키기 하는 의자에  누우면 얼마나 편하고 기분이 좋은지 모른다. 살랑살랑 바람부는 소리도 더 시원하게 들린다. 간만에 윗몸일으키기를 했는데 몇 번 했다고 실력이 늘었는지 10개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돌아서 내려가는 길에 엄마는 남동생이 초등학교에 다닐때 같이 운동다닌 이야기를 했다. 억지로 운동을 시키려니 속 터질 정도로 느렸다고 한다. 가다가 나뭇가지 하나 주워보고, 분질러보고, 휘휘 저어보고. 물놀이를 좋아해서 기분 맞춰주려고 계곡쪽으로 내려가면 신이나서 내려가다가 물에 빠지고 했다고. 그 말을 듣고 어린 남동생을 떠올리니 무척 귀여웠던 얼굴이 생각났다. 얼마나 귀여웠을까! 어릴 때 더 많이 예뻐해주지 못한게 아쉽다. 물론 지금도 늦지 않았지만 ㅋㅋ

 

 엄마는 일정한 속도로 걷다가 갑자기 경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보다. 종종 걸음(?)으로 팔을 앞뒤로 저으며 걸을때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엄마 키가 아담해서 더 그런 것 같다. 누가 내 뒤에서 보면 나도 그럴려나?
 오늘도 걷기 명상을 한답시고 몇번 주의를 기울였지만 아주 짧은 시간밖에 하지 못했다. 후각, 촉각, 시각, 청각을 한꺼번에 느끼려고 하니 이게 보통 집중을 요구하는게 아니였다. 나는 속으로 뭘 먹지는 않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을 하다가 '개미취'라는 식물의 사진을 본 적이 있는데 운동하는 길에 핀 꽃이 꼭 그것 처럼 보여서 한 송이 뽑아왔다. 그리고 붉은 꽃 한 송이도 뽑아서 우리집 마당에 심었다.

 운동을 하고 씻고 난 다음 몸무게를 재고 밥을 먹는데 요즘 몸무게는 거기서 거기를 왔다갔다 한다. 밥이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으니까 살이 안빠지나 보다. 좀 줄여야 할텐데 ~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