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1. 11. 17. 09:20



                                                                                                        붉은 국화, 2011/11/06



 어제 남동생이 와서 오늘은 엄마, 나, 동생 이렇게 셋이서 운동을 했다. 동생은 아침에 일어나기를 무척 싫어했다. 엄마랑 나는  동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준비를 하더니 자기 먼저 휭 나가버렸다. 그리고는 우리가 평소 다니는 산쪽 코스가 아닌 집들이 있는 평지 코스로(내가 모르는)갔다. 엄마가 그럴 거라고 미리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랬다. 동생은 산의 오르막길이 싫어서 그리로 간다고 했다. 왠지 운동을 날로 먹는 기분이 들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서 인지 춥지 않았다. 동생은 춥다고 했다. 얇은 반팔에 얇은 잠바만 걸쳤기 때문이다. 왜 이런걸 줬냐며 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나는 반팔에 후드에 조끼에 잠바까지 입어서 하나도 춥지 않았다.
 얼마 안가 동생은 뒤쳐지기 시작했다. 한 쪽 귀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세월아 내월아 걸었다. 나는 앞서 걷고 엄마는 동생과 보조를 맞추느라 좀 더 떨어져 걷고, 동생은 그 만큼 더 멀리 뒤에서 걸어왔다. 얼마 후에는 그냥 나랑 엄마랑 맞춰 걷고 동생은 동생대로 느릿느릿 걸었다.

 엄마는 가던 중에 누군가 돌탑 위에 분홍 바구니 조화를 놓아둔 걸 보고 "자연 그대로 둬야지 저런거 싫더라"고 하셨다.

 쉼터에 먼저 도착해서 나는 평소처럼 물 뚜껑을 열고 물을 마신 뒤 몸을 풀었다. 몸을 풀고 있는데 얼마 안가 동생이 와서 목이 마르다고 했다. 물을 마시라고 했더니 싫다고 했다. 집에가서 먹겠다며서 열쇠를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열쇠를 가지고 먼저 가버렸다. 엄마와 나는 몸을 마저 풀고 이어서 출발했다. 머지 않아 동생을 따라 잡았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운동을 하면서 감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팔을 스칠때 나는 소리, 돌이 발바닥에 밟힐 때의 느낌, 종아리가 당기는 느낌 등등. 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세게 불었다. 머리카락이 볼을 부벼서 간지러웠다. 손끝에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면서 부드러웠다.

 돌아가는 코스는 평소대로 갔다. 오늘은 운동하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Sense of wonder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