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6. 11. 18. 19:17



 

누군가 부러 줄을 그어 놓은 듯한 구름들. 바람의 흔적.

 

 

아침 달.

 

 

성격 좋은 은행나무.

하루종인 소음에 시달리며 낮에는 매연에, 밤에는 도시의 밝은 빛에 잠도 못자는데

가을이면 어김 없이 노랗게 물들어간다.

나 같으면 성질이 나서 그만 죽어버렸을 것도 같은데. (맑고 깨끗한 산속으로 도망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게다가 저 수많은 전깃줄이... 얼마나 답답하고 힘이들까.

그런데도 은행이 주는 것은 나쁜 것이 없다.

시원한 그늘, 열매, 맑은 공기, 아름다운 경관 ...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그대로 고통을 감내하는 힘.

나쁜 것을 그대로 수용하면 서도 좋은 것만 내보내는 자비심.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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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환멸감'을 느꼈다. 간만에 마음으로 전해진 신선한 충격이랄까.

상대의 비루함을 알아본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비루함.

'우등과 열등을 구분하는 어리석은 차별심'이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져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고치기가 힘들었던 부족하다는 생각, 열등하다는 생각들을

그토록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 견주어 하고 있었다니.

고쳐 생각해 보면,

저 사람들은 내 어리석음을 고쳐주기 위해 몸을 나툰 관세음보살님인 걸까!

스님께선 사람들의 좋은 점을 봐야지, 나쁜 점을 보고 내 상을 내세우면

자꾸만 싸우고 부딪히게 된다고 하셨는데.

참 옳은 말씀이다. 오늘 본 비루함이 그 사람들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틀림 없이 선하고 좋은 부분들도 많은 사람들이니까...

좋게 생각하면,

나는 늘 아랫쪽에 머문 시소에 올라 타 있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요만큼 평등하게

동등한 위치에서 시소를 타게 된 기분이 든다. 

 

 

무지무명으로 지었던 지난 과거의 모든 잘못들을 참회합니다.

나와 남을 구분하고,

우등한 것과 열등한 것을 가르고 나누어 차별하며,

우월감을 느끼거나 반대로 상대방을 무시했던 모든 어리석음들을,

진심으로 참회합니다. _()_

부지런히 정진하여 평등성의 지혜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철저히 비어있음으로부터 출발하여 무량한 자비심을 낼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께 회향합니다.

일체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옴아훔. _()_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