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8. 30. 20:16

 


가을은 벚나무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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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를 내고 살던 집에서 전세집으로 옮기게 됐다. 방 크기는 더 작아진 샘이지만 쓸데 없는 물건들을 버리고 정리 정돈을 잘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그 환한 빛. 이제껏 살아왔던 집들은 빛이 조금 밖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이 집은 늦은 오후가 되도록 밝은 빛이 들어온다. 게다가 탁 트힌 창 밖을 볼 수 있다는 것. 아 또 있다. 넓은 창이 두개나 있어 선풍기를 튼 것처럼 바람이 드나든다. 으하하. 늘어놓다 보니 좋은 점이 많구먼.

 

절반의 이삿짐을 미리 날라두었다. 그리고 좀 더 실용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리빙박스'란 것을 구입하게 되었다. 주렁주렁 옷을 걸어둘 행거도 새로 마련했다. 행거는 HY가 이사 선물이라며 사주었다. 아... T-T 이삿짐을 날라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이런 선물까지 사주시다니... 내가 고마워 하니까 "돈은 이럴 때 쓰라고 버는 거라고 생각해"하신다. 아- 역시 회장님 마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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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략 네시간 동안 짐싸기와 청소를 했다. 제대로 쓰지 않아 먼지가 낀 가방들, 올 여름 내 한 번도 입지 않은 옷들, 이것들을 싸다가 문득 들었던 생각.

 

'이 중에 진짜 소중한게 있나'

 

없다. 그러다 보니 급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중요한 건 다 빠트리고 '기타등등'으로 인해 살아지고 있는 기분이랄까. 그렇게 사라지는 중인... 수많은 짐더미 속에서 소중한게 없다니. 찌꺼기만 그득그득 하다니. 꾸덕꾸덕 욕심만 채우며 사는구나 싶은... 하지만 잠시 후 화장실의 묵은 때를 빡빡 문지르다 보니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이 되면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묵은 때를 닦아내는 건 너무 더럽고 힘이 드니까 자주 청소를 해야 하는구나, 했다.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삶을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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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찾았던 첫 번째 경주에서 두 번째 경주까지의 간격이 너무도 좁았던 나머지 여행 후유증의 길이를 알지 못했다. 두 번째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그 후유증은 열흥정도 였구나 했다.

이런 저런 일상들이 진한 인상을 남기며 사라진다.

요즘은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을 바라보는게 좋다. 하나 둘 변해가는 나뭇잎, 아침의 쌀쌀한 공기, 초저녁의 맑은 달, 조금은 길어진 옷차림. 그리고 모기장 없이 맞는 밤.

여름이 힘들이는 만큼 자라게 한다면, 가을은 마음에 가장 선명한 파문을 일으키는 계절이다. 올 가을은 어떤 무늬일까나.

 

여름의 성장에 대한 내 말에 공감을 해주던 그 공명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 울림이 얼마나 소중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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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배우고 싶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면서도 동시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걸로 고르면 우쿨렐레가 제일 무난한 듯.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