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2. 17. 19:41

 


 

 

 

 

나는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이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 혼자서 책을 읽고 정리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이다.

이 말은 그 누구와 함께 있는 것 보다도 내 자신에 대해서 사색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굉장히 차갑게 느끼기도 하고, 때론 가까워질 수 없는 벽 같은 걸 느끼기도 하고, 더러는 편하게 느끼기도 한다. 오랫동안 소식이 닿지 않아도 연락조차 하지 않아 '징한년'이란 소리도 듣는다.

근데 난 그렇다. 안 보고 있을땐 각자 자기 일 하고, 보고 있을 때만 잘 하면 되는거 아닌가 하는. 함께 있을 때만.

 

나이가 들수록 혼자인게 편해진다고 한다. '배려'라는 걸 더 많이 하기 시작하면서 부터.

절대로 혼자서는 수업을 들을 수 없다며 꼭 같이 수강신청을 하던 대학 친구가 이제는 혼자서도 뭘 하고 다닌단다.

그 친구가 그렇게 변하다니, 참 의외였다. 혼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이 편하고 좋다면서.

 

그런데 나는 반대다.

이상하게도 요즘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예전만큼 불편하지 않고 좋을 때가 많다. 차를 마시면서도 집에 간다는 소리는 못하고 맘 속으론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이제는 더 같이 있고 싶어서 헤어지는 시간을 아쉬워 한다. 

몇일 전 퇴근 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뭔가를 하고 있었고 직장 동료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급한 일이 있는 누군가가 먼저 나가는 소릴 듣고는, 나는 모두가 가려는 줄 알고 급하게 '기다리라'고 외쳤다.

같이 가자며. 

같이 가자는 얘기 하다니... 내가 생각하는 나는 그런 얘기를 할 사람이 아닌데. 일단 누군가 나때문에 기다려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다. 기다리게 하는 건 피해를 줄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상대방이 원치 않을 경우엔 더더욱.

더군다나 나는 고등학교 시절 하굣길에도 누가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할까봐 수업 종이 땡 울리면 도망치듯 나가버릴 때가 있었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시덥잖은 얘길 나누며 불편하기 싫으니까. 대학시절에도 마찬가지. 혼자 다니는 걸 잘했고 수업을 혼자 듣는 것도 누워서 껌 먹기라고 생각했다. . . . . (그렇다고 늘 혼자 다녔다는 얘긴 아니고. ㅋㅋㅋ)

 

그런데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같이 가자'니. 이말을 했을 때도 혼자서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했었는데,

그 다음날 먼저 갔던 동료가 나더러 '필사적으로 외쳤던게 생각난다'는 얘길 하니 이 현상 자체를 다시 떠올려보게 되는거다.

 

남동생을 만나 기분이 좋았던 것도 그렇다.

나는 남들한텐 덜 하지만 우리 가족들한테 만큼은 너그러워지기가 정말 힘들다. 이게 뿌리 깊은 습관 때문인지, 격 없이 가깝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남동생을 대할 땐 너무 어린애 취급을 하곤 한다. 그런 과정에서 서로 '말이 안통한다'며 상대를 깎아 내릴 때가 많고 상처가 되는 말들을 주고 받는다. 그런데 요번엔... 남동생이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는데 서로 존중하는 대화를 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혼자 있을땐 내내 우울했던 기분이 누군가를 만남으로 인해 풀어지는 걸 느끼면서 '내가 이렇게 의존적인 사람이었나' 싶었다. 누굴 만나야지만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

 

의지하는 관계가 싫었다. 혼자서는 단단해질 수 없는것처럼 보이는게 싫었다. 나 혼자서도 당당하고 싶었고 나약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나'라는게 뭘까 싶다.

절대적으로 혼자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 말은 어떻게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상호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혼자' 또는 '완전히 동떨어진 객체'라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왜 나는 그동안 '혼자'인 것에 그렇게 열을 올렸을까?  

 

결론은 사람을 만나는게 좀 좋아진 것 같다는 것이다. 혼자와 함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늘 전자였는데, 이제는 둘 다 좋아지려는 느낌.

 

올해는 마음이 닮은 사람들이랑 같이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싶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