핱투핱의 홍도가 헬맷을 쓰고 다니는 걸 보면 한때 내가 했던 공상이 떠오른다.

얼굴을 직접 들고 대면하는 모든 것들에 부끄러워서 숨어버리고 싶은 적이 있었다.

직접 대면하는 것이 내가 아니라 딱딱한 껍데기라면 조금 더 편할거라고 여겼다.

그때 내가 생각한 건 로봇이었다.

나는 로봇 속에 들어가 숨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게 내가 아니라 로봇이라면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다.

 

어제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을 했던 것에 대한 후회가 없다는 것이다.

(이건 대화 내용이라기 보단 그때 내 입에서 나온 말 때문에 나 혼자 생각한 것)

취업, 스펙, 자격증. 이런 말들이 너무 싫었다.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남들 하는대로 따라가는 것.

기업의 노예짓이나 하려고 그런 짓거리를 한다는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러면서 나는 청강이나 하러 다니고 그림을 그리고 귀농학교를 다녔다.

대안학교를 다녔다. 책을 읽었다.

그 과정에서 '이거다' 싶은 걸 만났더라면 졸업을 하고도 당당했을까.

 

막상 졸업을 하고 나니 그 패기는 어디로 갔는지 잔뜩 쪼그라든 내가 되어

어느새 대학 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스펙 쌓기를 거부한) 내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마음 한 구석에선 그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디서든 당당함을 잃지 않는 게 참 힘들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부질 없었던 건 아무 것도 없다.

그때 심었던 씨앗들이 지금에서야 싹이 트는 듯한 느낌을 받고 있으니까.

 

나 자신을 믿어버려야지.

 

나는 아무래도 남들보단 나한테 제일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때로 남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결국 나 자신이 더 커지고 넓어지는데 밑거름이 된다.

내 주변의 모든 것들에게서 좋은 것만 쏙쏙 골라 배운다.

 

좋아하면서도 불쑥 들어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만지고 느끼는 걸 보면서,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고즈넉한 풍경의 찻집에서 만남 검은 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면서도 짖지 않았다.

나는 딱히 동물을 애정하는 편은 아닌데 왠지 만져보고 싶은 그런 개였다.

머리를 쓰다듬으니 뒤로 누워 꼬리도 흔들었다. 귀여워라...

크기가 엄청 커서 사람으로 따지면 나보다 어른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애기같이 굴다니...

또 보고 싶다.

 

작열하는 태양보다는 어스름한 저녁빛이 좋다.

들끓는게 아니라 서서히 물들어갔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서 참 좋다. 

 

월, 화요일의 피로 누적으로 인해서 수요일부터 금요일은 짱 피곤했다.

 

오늘 하루를 쉴 수 있어서 진짜 좋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