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1. 12. 20:40

 

 

 

햇살 바르는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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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거의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보다. 동작 하나 하나에 힘이 들어간다.

오늘이 월요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뻐근하고 뻣뻣한 느낌이 세졌다.

그렇게 오래 쉬었는데 이렇게 쉽게 돌아온다면 열심히 해봤자 억울했을 듯. 꾸준히 해야지.

불편한 정도는 아니지만 오른쪽 뒷목 결린게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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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 중에 가장 힘든 시간은 아침에 눈뜨는 시간이다.

이 때가 제일 힘들다. 아침에 상쾌하게, 가뿐하게 일어나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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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딱딱한 돌 사이를 유유히 지나는 물이 된 기분이었다.

어느 누굴 만나든 편했으면 좋겠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괜찮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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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가시 같은 것들이 찌르르 번지면 몸의 온도가 높아진다.

포근하게 누그러지면서 고른 숨을 내쉴 수 있게 된다.

온기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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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것도 아닌데 나를 위하는 것처럼 핑계를 댔지만,

실은 단지 나랑 같이 가고 싶었을 뿐이란 걸 알아.

이번엔 알았지만, 다음엔 내가 알아채지 못하면 어떡할거야?

그러니까 솔직하게 얘기를 해줘. 나도 노력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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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굳이 계절에 비유하자면 나는 이제 봄의 끄트머리에 앉았다.

이제껏 내가 살아갈 흙을 고르고 씨앗을 뿌렸으니 다음 계절은 여름이다.

그 어떤 때보다 뜨겁고 심지어 눅눅할 테지만, 한없이 푸르러질 것이다.

 

20대 중엔 제일 말순인데, 금방 삼십대가 되면 이제 다른 삼십대들과 동지가 된다.

으하하. 뭔가 어른이 된 기분인데?

내가 20대 일때 30대를 보는 것과 내가 30대가 되서 다른 30대를 보는 기분은 확연히 다를 것 같다.

나이 차이는 변함이 없겠지만서도.

청춘은 무슨 청춘이냐고 말해주고 싶은 20대였지만 끝까지 잘 살아야겠다.

보잘 것 없더라도 이제껏 살아낸 것이 대견하다. 궁디팡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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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있으면서도 긴장하지 않고, 여유있으면서도 게을러지지 않는

희미하지만 정확한 경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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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을 보여주어도 괜찮겠다 싶다가도 내가 보인 모든 것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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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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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나도 좌뇌가 발달한 사람들.

엄마 근데 나는 이제 우뇌를 발달시킬거야.

그래서 엄마한테 애교 있는 딸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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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성격차이가 아니라 단지 지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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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과 기다림. 숨쉬는 시간.

투명한 공기 속에서 가만히 숨을 쉰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