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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위로가 된다'라고 했다가, '두고두고 위로가 된다'라는 표현으로 고쳐 썼다.

쓸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이 표현이 누군가에게 빌려온 것이라고는.

어떤식으로든 이렇게 물들며 사는건가 싶다. 자신이 알든지 모르든지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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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을 믿는다면 절대 긍정할 수밖에 없는게 아닐까.

지금은 아닌 것처럼 보일지라도 멀리서 내려다 본다면 과정일 뿐일 테니까.

다만 그 긍정 속에도 슬픔이나 아픔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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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책을 읽기에는 높은 베개가 좋다.

잠을 자기에는 낮은 베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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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거나 남을 믿거나, 둘 중 하나.

내가 선택하거나 남의 선택을 따르거나, 둘 중 하나.

나는 나를 택하기로 한다. 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삶은 늘 내 의지와는 다른 길을 안내해 주지만 일단 맡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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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가락처럼 늘어진 시간 속에서 요일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영원히 흐를 시간만 있다.

날마다 휴일이라는 건 잘게 조각난 시간들이 다시 하나로 뭉쳐지는 일.

아직도 휴일이 남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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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내 안에 있으므로 어디 멀리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에 여행에 대한 바람을 버리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술 한모금이라도 마시면 큰 일이 나는 줄 알았던 나는.

내 안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기 위해 다시 여행을 바라게 되었고

술 한 두잔 쯤이야 나를 또 너를 위해서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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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이 사실일까, 망상일까.

어느 쪽이든 괴롭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결과적으론 망상이었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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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단숨에 할머니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떻게 되버릴지 궁금해서기도 하지만 실은 불안과 조바심 때문이라는 걸 안다.

믿기로 했으면 믿어야지. 단단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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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주는 반찬을 먹으면 약을 먹는 기분이 든다.

 

엄마는... 엄마 자신을 좀 더 사랑했으면 좋겠어.

속이 답답한지 아닌지 정도는 알아 차릴 수 있어야지.

그런 엄마한테 좀 더 살가운 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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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흔적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모습을 보니 낯설다. 

그 단절로 인해 내 지난 과거의 일부가 도려져 나간듯 한 느낌을 받았다.

차라리 산과 들이었다면 이토록 피폐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을텐데.

두 번 다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기에 두 번 다신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