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4. 12. 15. 23:26

 

 

할머니의 죽음은 하얗게 바랜 할아버지의 손가락이었다.

하염없이 영정사진을 바라보던 아빠의 뒷모습이었다.

 

누군가가 죽은 후에 일어나는 과정을 이토록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는 처음이다.

으레껏 행해지는 절차를 보며 죽음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되어 있는 이는

나를 포함하여 아무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땅 어딘가에서는 매일 사람이 죽고 장례식이 치러질 것이다.

그럼에도 이토록 낯설은 죽음이라니.

 

망자를 위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의식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무거운 감정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언젠가 찾아올 죽음 앞에서 이토록 무지해도 되는걸까.

 

 

모쪼록,

이곳에서 겪었던 모든 아픔으로부터 가벼워지시기를.

병들고 낡은 몸은 훌훌 털어버리고 또 다른 곳으로 밝은 여행을 떠나시길 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