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4. 11. 28. 20:56



20141128, 바람이 불자 허공에 흩날리던 마른 잎들.
그다지 센 바람도 아니였는데 어찌나 많은 잎새들이 날리던지.
이러다 다 떨어지겠구나, 했다.





어젯밤,
오랜만에 나를 내려놓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고 잤다.
참 오랜만의 일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 가는 걸 지켜봤다.
그 생각들이란 대게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억들인데,
부정적이거나 괴로운 말들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자기 반성과 동시에 비난을 하게되니까.
오는 생각을 막을 수 없다면 기왕에 좋은 것들을 담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동시에 내가 주는 것들도 좋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했고.


머리를 빗으며 거울을 들여다 보는데 거울 속 얼굴이 왜 그리 안쓰럽던지.
내가 이런 얼굴을 하고 다니나 싶었다.
좋은 말이나 글귀들을 보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자주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거울 속 나를 보면 딱히 별 생각이 들지도 않고
좀 오그라 들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토닥토닥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유별나게 허세 차림을 하고 나갔다가
-속마음을 숨기거나 자기 위로를 하는 차원에서-
옷에 커피를 흘렸다. ㅋㅋㅋㅋㅋ
흘린 자국을 바로 빨아서 그런가 다행히 별 탈은 없지만.)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겠다 다짐하고는 출근을 했는데,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별것도 아닌 상황에서 '발끈'하는 내 마음이 보였다.
대놓고 소리를 내거나 반응을 보인 것은 아닌데,
표정부터 달라지는 '화'라고 해야하나.
그러다 다른 사람이 먼저 반응을 보였고,
그 반응은 나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어진 생각은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거였다.
그럴 수 있는건데. 
어떤 절대적인 도덕 관념같은게 있다고 해도,
상황이나 사람에 따라 그럴 수도 있는건데.


순간 깨달은 사실은
내가 너무 엄정한 잣대로 순간 순간을 판단하고 비난한다는 것이었다.
시작은 나 자신부터다.
나를 그렇게 대하니까 자꾸 화가 나고 짜증이 나고 스스로가 한심해진다.
말이 곱게 나가지 않고 그럴수록 상황은 나빠지고.
돌이켜 보면 최근에 자주 그랬다.
'용서가 안된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순간이 지나고부터는 한결 부드러운 마음으로 모든 상황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아이들에게나, 나에게나, 또 다른 사람들에게나.


이번 일로 알게 된 점은
타인을 향한 시선이 곧 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
너무 높은 기대치로 인해 힘들었다는 점.
(좀 부끄럽지만) 오만하게 굴었다는 점.



금요일 저녁과 주말을 
한뼘쯤 풀린 마음으로 맞이하게 되서 다행이다. 
:-)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