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기억의 기록2012. 7. 30. 18:48


뜨겁지만 풍성한 여름. 1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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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일은 그토록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판단하면서 내 일에는 전혀 그렇지 못한다.
끈적하게 달라붙어서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려고 애를 쓴다.
어쩌면 진즉 끝냈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을 끝끝내 붙들고 앉아 있다. 
아직도 나는 내가 상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결말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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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정말 무척이나 덥다.
더운 여름을 한 두번 겪는 것도 아닌데, 마치 '더위'라는 것과 처음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당황스럽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 이 뜨거운 여름을 잊고 살았듯이, 나는 또 추위를 잊고 겨울을 기다린다.
"엄마 너무 더워"라고 했더니, 엄마는 
"다 지나간다, 세월이 빨라서 금방 가을이 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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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을 읽는다. 법륜스님이 강의하신 상,하권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이번에는 무비스님의 <금강경강의>를 읽고 있다. 한권에 상,하가 다 들어있다.
이제 막 '상'부분을 다 읽었는데 핵심은 '응무소주 이생기심', 머무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것이다.
상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내라는 것이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것은 法 한가지 뿐인데, 이것 하나를 알기 위해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엄마 세상에 변하지 않는게 있게 없게?"라고 했더니, 엄마는 생각도 않고서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있냐."라고 하셨다.
어제 엄마가 태양의 열기 때문에 방안이 더워진다며 손수 차광막을 치길래 "엄마 대단하다"라고 했는데,
오늘은 "엄마 똑똑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엄마에게 "엄마도 부처님이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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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틸론 벨라를 거실로 들여놨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식물도 더위를 먹었는지 잎들이 파릇하지 못하고 축 처져있다.
꽃송이도 작아지고 꽃잎 색이 예전 같지 않다. (바랜 느낌?)
그늘에서 몇일 쉬고 나면 다시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그리고 기쁜 소식 하나! 분홍색 벨라가 씨앗을 맺은 것 같다.
꽃에서 보기 어렵다던데. 헤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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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카랑코에(칼란디바)도 안으로 들여놨다.
삽목하는 족족 잘 자라길래 계속해서 그럴 줄 알았는데, 뜨거운 태양아래 화분 세개가 죽었다.
남은 세개는 잘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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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캘린쵸이들이 벌써부터 잎에다가 새끼를 달길래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할머니 병간호를 마치고 돌아와서 보니 모두 말라 죽어있었다.
그런데 더 '신기한'일이 일어났다. 새끼의 새끼 캘린쵸이 중에 살아 남은 것이 세개나 있다.
부디 잘 자라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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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란디바도 그렇고 캘린쵸이도 그렇고.
자기 몸에서 다시 뿌리가 나와 분리되었다 한들 얘네들은 '나/너'하는 구분이 없을 것 같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