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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4 길 모퉁이에서 만난 사람 - 양귀자
책 읽기2011. 5. 4. 22:02


2007.04.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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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몹시 크다는 이유로(별로 크지도 않으면서), 낮은 구두만 신고 몇 십년을 살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내가 너무 땅에만 달라붙어 있었다고 생각되어서(마음의 키를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평소보다 2센티미터쯤 굽이 높은 구두를 사 신었다.

 그리고 나는 다른 세상을 보기 시작했다. 늘 멍해 보이던 김씨의 얼굴이 약간 높은 각도에서 보면 의외로 예리한 표정을 감추고 있었더라는 것에서 부터, 파도처럼 밀려와 나를 압도하던 팔차선 도로의 자동차 물결들도 2센티미터만 위에서 보면 조잡한 장난감 대열처럼 왜소하게 파악되더라는 것까지, 달라 보이는 풍경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주 조금 하늘 가까이 갔을 뿐인데, 너무 조금 눈의 키를 높였을 뿐인데, 시도한 것에 비해 주어진 의식의 변화는 한동안 나를 휘청거리게 할 것 같다.

 눈의 높이야 당장이라도 굽갈이를 하면 높일 수 있다고 하지만 정신의 높이를 2센티미터, 아니 1센티미터 높이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그만큼의 진보를 위해서 우리가 바쳐야 할 눈물과 상처는 얼마여야 할까.

 2센티미터의 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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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참말이지 연약한 목숨 내밀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은 바로 이런 것이다. 먼저 헤어려 주고 먼저 아파해 주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환한 햇살이 되는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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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서 있으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고 있다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무엇, 사라져버린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진다. 잃어버리고 사라져 버린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느닷없는 생각에 때로는 후두둑 가슴을 떨기도 한다. 그럴 때는 흘러가는 풍경 속에 행여 잃어버린 내가 없는지 눈을 씻어가며 차창 밖을 주시하곤 한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언제쯤이면 과연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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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슬퍼진다. 너무 멀리 와버린게 아닌가, 하고..

세상엔 별의별 사람이 많다.

너무나 아득하다. 배워야지 열심히..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