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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22 복합효소 6
vegetus2012. 5. 22. 20:54


솔나무 순
 

명감나무 열매

명감나무 잎

섞어놓은 모습, 붉은 것은 뱀딸기 

작약꽃 몇 송이와 설탕 범벅
 

민들레와 쇠무릎

뱀딸기, 먹어보면 별 맛은 없는데 사진으론 엄청 맛있어 보인다

쑥, 소리쟁이

민들레꽃, 세잎클로버와 토끼꽃

유리병에 담근 효소

항아리에 담근 효소 :)




05/18

오늘도 엄마랑 뒷산에 다녀왔다. 오늘은 솔나무 새순을 더 땄다.
나는 솔효소가 솔잎을 따다가 담는 건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새로 나온 순을 따는거니까... 솔잎이 아니라 줄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아직 잎이 나오지 않은 여린 부분을 따는거다.
같은 소나무라고 해도 나무마다 색이나 굵기가 달라서 새순을 딸때 느낌이 다르다. 색이 여리고 두꺼운 것이 찰진 감이 있다. 새순을 한주먹 정도 따서 한꺼번에 냄새를 맡으면, '으아~'싶다. 투명한 송진이 조금씩 묻어나는 곳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정말로 향기롭다.

엄마랑 산을 다니면서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보면 몽롱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여기가 어디지'하는 생각도 들고. 숲향기가 온몸을 감싸준다. 나무는 향기를 남긴다.

'소나무 소나무' 하면서도 소나무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 새순도 모르고, 엄마가 만들어 놓은 솔효소를 먹으면서도 그게 뾰족한 잎사귀인줄로만 알았다니... 이렇게 좋은 향기도 못맡고.

이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마음을 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대체 왜 이런 생각이 그런 상황에서 나는건지 ㅋㅋㅋㅋ 생각나는 것은 바로바로 적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양 손에 들고 있는 비닐봉다리와 대나무 막대기를 내려놓고 핸드폰 메모장에 눌러적었다. 덕분에 엄마는 좀 기다려야 했다. ^^

마음을 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관심을 갖는 것이고, 그 다음은 오랜 시간을 공들여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 다음엔 사랑하게 될 것이다.

어디 낯선 장소에 가면 '오픈 마인드', '마음을 열고'라는 말을 자주 쓴다. 마음이란게 열고 싶다고 해서 열리나? 항상 열려 있는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면 문제될 게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노력을 해야한다. 예전에 나는 '마음이 안열려서 어쩔 수 없다, 타이밍이 안맞다, 친해질 수 없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지레 겁부터 먹고 '~일 것이다'라는 판단을 미리 머릿 속으로 내려놓고서는 더이상 가까워질 수가 없었던 거다.
마음을 열지 않으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쉽지 않다. 선입견으로 인해 생각하는데로 보고 판단해버리기 때문이다.
아 참. 오늘은 솔나무 순을 따다가 이런 생각까지 하고. ㅋㅋ
앞으로는 열린 마음보다 관심, 그리고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는 인내를 갖도록 해야지.

꼭 스티로폼 장난감 같이 생긴 명감나무 열매도 더 땄다. 그리고 아래 쪽으로 내려와서 뱀딸기랑 토끼꽃이랑 민들레, 쑥, 별꽃, 쇠무릎, 소리쟁이 등등을 뜯었다. 어제는 너무 커서 시들기 직전의 토끼꽃을 땄다고 엄마가 그래서, 오늘은 적당히 핀 꽃들로 골라서 땄다. 이런걸 하고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오늘도 장장 세시간 가량을 훑고 왔다.

어제 절여놓은 아카시아 숨이 많이 죽었다. 엄마가 '숨 많이 죽었지?'라고 하는데, 갑자기 '숨이 죽다'라는 표현이 엄청 무섭게 느껴졌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을 해보니까, 조용히 할때도 '숨 죽이고'라는 표현을 쓴다. 또 정말로 죽었다기 보다는, 싱싱한 생기가 없는 대신 발효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내년에도 이런 날이 올까? 엄마랑 둘이서 지낸 날들을 언젠가는 지독히도 그리워하게 될거라는 예감이 든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