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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5.20 궁시렁 2
느낌과 기억의 기록2015. 5. 20. 20:12

 


 

 

사람들이 편해지는게 아니라 점점 개념이 없어지는 것 같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싶은데 자꾸 멍- 한 상태에서 일들을 처리하는 기분이 든다. 한편으론 가볍게 지내는 것 같으면서두 말이다.

해가 길어져서 정말 정말 좋다. 방금 해가 똑 떨어졌는데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밝았다. 해가 길다는게 이렇게 큰 위안이 되다니. 시간이 쫓기듯이 살아가는 것 같은데 퇴근 후에도 해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마찬가지로 아침 출근 길에 밝은 해를 볼 수 있는 것도 즐겁다.

 

아까는 갑자기 성질이 나면서 하던 것을 다 흐트러버리고 막 성질을 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열받음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조바심을 느낀 것 같다. 이럴 때 뭔가를 더 하려고 하면 일은 더 꼬이고 말텐데 적당히 빠져나와 걸었다.

정리정돈 하는 기술을 배웠어야 했는데. 정리의 중요성을 자주 느끼게 된다. 할 일은 많고 분류 기술은 형편 없고, 이리 저리 섞여 엉망 진창이다. 아예 마음을 놔버리고 어찌 저찌 해나가고 있다. 당장 올 여름 안에 일어날 일들은 어떻게 진행되려나…

나는 먼지다. 나는 먼지다. 나는 먼지다. 부담스러울때면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머리가 자라면서 머리칼이 부스스해지고 있다. 아직도 한 갈래로 묶이질 않는 길이인데 또 지겹다.

머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다면 얼마나 편할까 싶다. 스님들처럼. 그렇다고 빡빡 밀어버릴 자신도 없다. 작정하고 절에 들어가면 모를까. 웃기지만 뒷통수가 안예뻐서 스님이 되고 싶지 않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뒷통수가 예뻤으면 됐겠나? 그것도 자신 없지만. 별 수 없이 '상'에 집착하는 인간일 뿐이다.

 

어제 남동생이랑 영화 <로렌스 애니웨이>에 대한 얘길 나눴다. 본지가 좀 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인상은 남아있어서 "여자가 나쁜 여자야"하고 얘기했다. 남동생은 그 이유를 물었고 "사랑한다면서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지 않았어. 어떻게 로렌스한테 남자를 원한다고 말할 수가 있어!!!!!!" (로렌스는 생물학적으로 남자이지만 그의 내면 중에 일부는 여자다. 그렇다고 게이는 아니고 여자처럼 행동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외모를 여자처럼 꾸미고 싶어 한다.) 그토록 사랑한다면서 로렌스에게 저런 잔인한 말을 내뱉는 걸 이해할 수가 없다. 나쁜녀ㄴ....

그러면서 남동생은 내게 "누나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누나가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싶기 때문이야."라고 했는데, 늘 내 자신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부분인데도 타인을 통해 다시 같은 생각을 듣는 것은 낯설게 느껴졌다. 그리고 덧붙이길 "누난 스님이 돼야 할 것 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사람한텐 안그러는데 살이 또동하게 오른 남동생에겐 특히 채식 얘길 꺼내게 된다. 그래도 예전만큼 강제적인 태도로 얘기 하지 않고, 대화 도중 열받아서 성질내는 빈도수가 확실하게 줄었으며, 나름 이성적인 대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암튼 내가 있는 그대로 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라면 남들도 그렇다는 걸 알아얄텐데. 타인의 선택권을 존중해 주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길이 가장 빠른 변화의 길이란 걸 알면서도 이게 참 어렵다. 내 시각을 내려놓고 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내 생각' 같은 건 과감히 내려놓고 나보다 나은 무언가를 절대적으로 믿고 따를 수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자주적이고 '나'라는 틀이 중요한 줄 알았었는데,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