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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23 개밥바라기별 - 황석영 8
책 읽기2012. 6. 23. 20:13




p.41
 내가 영길이 너나 중길이를 왜 첨부터 어린애 취급했는지 알아? 아주 좋은 것들은 숨기거나 슬쩍 거리를 둬야 하는 거야. 너희는 언제나 시에 코를 박고 있었다구. 별은 보지 않구 별이라구 글씨만 쓰구.


p.49
 아침에 등교할 적마다 두발검사에 복장검사를 하질 않나 어떤 교장은 부임하자마자 전교생의 바지 호주머니를 꿰매도록 지시했다. 추우면 참되 호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다니면 단정해 보이지 않는다나 뭐라나. 우리는 교복이 일제시대에 생겨난 것도 알고 있었고, 교모를 쓰고 목까지 올라오는 높은 칼라에 학년 표지와 배지를 꽂고 금속 단추를 달고 이름표를 붙이는 복장이 십구세기 유럽 제국주의 시대의 군복을 베낀 것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그런데다 매주 월요일엔 군대처럼 열병식으로 조회를 했다. 당연히 학생회장은 대대장이고 우리는 졸병인 셈이었다. 머리털은 죄수들같이 언제나 하얗게 속살이 보이도록 박박 깎아야 했다. 어떤 애들은 공연히 모자를 찢고는 재봉실로 여러 겹 꿰매기도 하고 바짓가랑이를 나팔 모양으로 늘렸다가 홀태바지로 줄이기도 했다.


p.274
 나는 거의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는 도시내기였다. 부모들 역시 근대적 교육을 받은 도회지 중산층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영등포에서 자라면서 어머니가 은근히 노동자의 아이들과 구별성을 심어주려고 애썼던 것은 그런 이들의 생활을 먼발치에서만 보고 가졌던 편견이었을 것이고, 보다 정확하게는 스스로 몰락했다거나 뿌리를 뽑혔다거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나는 이제 스무 살이 넘어서야 책을 벗어나 고되게 일하는 삶의 활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회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벽지에서 우리네 산하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신을 다시 발견해가는 과정이었다. 나는 불과 몇 달 동안에 수많은 낯선 사람들을 내 가슴 깊숙이 끌어안았다. 


* 작가의 말 中 
 물론 이 소설은 수십 년 전의 일이고 지금 세대의 아버지나 어머니들이 겪은 일이다. 그러나 젊음의 특성은 외면과 풍속은 변했지만, 내면의 본질은 지금도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고전을 몇 세대에 걸쳐서 읽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 나는 어떤 책을 읽을때 '작가의 말'이나 '추천사' 같은 부분을 볼품 없게 여길 때가 있는데
황석영 작가의 말은 한글자 한글자 어른이 하시는 말씀으로 믿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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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를 다닐 적에 아무 것도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준이가 학교를 자퇴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황새 선생에게 쓴 편지가 인상깊었다.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