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2016. 7. 31. 19:53

 

광범위한 부처님 가르침을 잘 정리해 놓은 책.

처음 불법을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

혹은 이미 불법에 입문 했다 할지라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분께 추천해 주고 싶은 책.

불교의 내용을 이렇게 보기 좋게 요약한 것도 대단한데,

다른 종교나 우리나라의 문화 등과 비교하고 접목시켜 해석하며 본인의 견해를 피력한 것도 대단하다.

아주 일부분만 옮겨 본다.

 

 

p. 235

 가난한 사람은 또 궁핍한 나머지 항상 모자라 한다. 밭이 없으면 밭 갖기를 걱정하고, 집이 없으면 집 갖기를 걱정하고, 가축·노비·금전·가구·의복·음식 등을 갖고자 걱정한다. 하나를 얻으면 다시 더 바라고, 그것을 얻으면 또 더 바래, 끝없는 궁핍에 허덕여, 추울 때나 더울 때나 마음 놓지 못한다. 그러다가 목숨을 잃으면 선한 일을 해본 적이 없어 어느 길에 떨어질지를 알지 못한다.

 

p. 274-275

 불교의 '생각한다(念)'는 말은 다른 종교의 '믿는다(信)'는 말에 해당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믿음'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처음에는 절대적인 타자로서의 관세음보살을 우러러 공양하고 기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관세음보살을 자기 마음 안에서 발견해야 하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이 관세음보살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다른 종교의 '믿음'과는 엄청나게 다른 종교적 깊이를 갖고 있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관세음보살을 '믿어라'하는 것보다는 관세음보살을 '생각하라'고 하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술어가 이상과 같은 뜻을 가졌기에 불교 교리에는 그 말이 수 없이 사용되고 있다. 불교에 들어온 자는 무엇보다도 먼저 ①부처 ②법 ③승가 ④보시 ⑤계 ⑥하늘의 여섯을 생각해야 하고(六念),  ①몸 ②느낌 ③마음 ④법 네 곳을 생각해야 한다(四念處). 오근·오력·칠각지·팔정도 등의 법수法數에도 '생각'이 항상 끼어 있다. 대승불교의 관음 신앙·정토 신앙·밀교 신앙에도 '생각'이 핵심적인 개념이 되고 있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다.

 

p. 331

 신의를 지키는 착한 벗과 사귈 것이 줄기차게 설해지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6. 7. 30. 20:26

 

 

 

 

 

 

이 책을 알게 된건 진즉이지만, 실제로 접한 건 두번 가고 싶진 않은 그곳에서 였다.

어쨌거나 이틀만에 다 읽어버린 책. 어떤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내 마음 까지도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p. 55

 잘 생각해보세요.

 내가 듣기 좋은 말만 하거나 당신에 대해 어떤 반대도 하지 않았다면 난 당신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거죠. 솔직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지만 정확히 말하면 난 나에 대해서만 솔직해요.

 잘 생각해보세요.

 우리가 싸운 적이 있거나 내가 한 말 때문에 당신이 열 받은 적이 있었는지. 그런 적이 있다면 우린 친구예요.

 좋아해서 그런 겁니다.

: 친구에게 조차 싫은 소리 못하는 내게 치명적인 글.

 

p. 93

 나의 소원은 사막처럼 고요한 곳에서 살아보는 것이다. 조용하고, 아무도 귀찮게 하지 않으며 자고 일어나면 놀랄 일이 생기지도 않는 그런 평화로운 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사는 것이다. 고통은 나에게 영감을 주었지만 대신 이렇듯 사막처럼 고요한 안식처를 갈망하게 하였다.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소원대로 사막에서 살게 되어 태어나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마음의 평화를 갖게 된다면 그래도 나는 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마음이 평화로운데 노래를 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p. 111

 '본질을 아는 것보다, 본질을 알기 위해

 있는 그대로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그 대상에 대한 존중이라고.'

 

p. 182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엄마를 사랑하는 것과 새벽 두시에 일어나서 소리를 내며 집안 일을 하는 엄마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건 별개의 문제라는 것. 아버지를 공경하는 것과 하루종일 미친듯이 커다란 볼륨으로 마루와 온 방 안의 티비를 켜놓은 채 생활하는 아버지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을. 이런 일상의 불가항력 속에서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점점 휘발되어가고 있는 것을 느낄 때 나는 슬프다. 떨어져 사는 누나들은 그런 일상의 부대낌 없이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겠지. 나도 부모님과 떨어져 살고 있었더라면 더욱 잘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아침부터 떠들썩한 티비소리에 잠이 깰 때면 어떤 때는 발작을 할 것만 같다.

: 심하게 공감된다. Y_Y

 

p. 184

 니가 그렇게 느꼈으면 그게 진실이여.

 

p. 188

 활짝 핀 꽃 앞에

 남은 운명이 시드는 것밖에 없다 한들

 

 그렇다고 피어나길 주저하겠는가.

 

p. 197

 내겐 어느 것 하나 작은 일이 없기 때문에.

: 이딴 사소한 게 왜 이리 간단치가 않을까 했었는데, 사소한게 아니라 그런거였구나.

대충 간단히 처리하려는 마음의 조바심과 욕심이 잘못이었구나.

 

p. 325

 매뉴얼이 이보다 더 유용할 수 있을까? 이렇듯 살아가며 선택이 필요한 무수한 순간들에 마주칠 때마다 매뉴얼을 따르기만 하면 빠르게 선택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일들을 비슷한 상황에서 시간과 정신을 낭비해가며 늘 같은 고민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패턴을 자세히 관찰해서 알아차려야 하고, 적절한 기준과 규칙이 세워져야 한다.

 

p. 369

 앞서 일기가 일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편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글쓴이의 '생각'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왜? 사람들은 글쓴이가 무엇을 했는지, 보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훨씬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보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다는 게 결국 글쓴이의 생각을 엿보는 것이라는 주장도 그래서 가능하다.

(...)

 이것이 글쓰기이고 말걸기이며 소통이자 대화인 것이다.

: 너무 생각 중심의 글을 쓰는게 아닐까 고민했었는데, 힘이 되는 글.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6. 7. 9. 21:24

 

 

 

 

홍서원에서 법공양을 받아 읽게 된 책 :)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공덕을 일체 중생과 부처님께 회향합니다... _()_

 

 

 

 

p. 36-37

 에고는 '자신만 소중히 여기고, 자신은 남보다 나은 어떠어떠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해서 '자아에 대한 집착'과 '저항'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자신을 대단한 사람으로 여겨 남이 자신을 주목해 주고 알아주길 갈구하고, 남이 자신을 인정해 주고 대접해 주길 바라고, 자기주장을 끈질기게 내세워 자기를 선전하기에 바쁘고, 자신의 생각이나 생활 방식대로 남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허나 이러한 생각이나 바람은 그야말로 착각이다. 왜냐하면 남들은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고는 착각과 환상의 덩어리다. 그래서 남들이 자신의 존재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을 때 갈등을 일으키고 분노한다. 이 분노가 곧 저항이다.

 이 저항은 생각의 차원에서는 불필요한 판단이고, 감정의 차원에서는 부정적이다. 분노하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일으키는 저항이다. 뭔가에 저항하면 그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왜냐하면 그 순간부터 거기에 지나치게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p. 84

 먼저 여래의 사마타(奢摩他) 수행에 의지하고, 계율을 굳게 지니고, 대중과 함께 편안히 거처하고, 조용한 방에 단정히 앉아서 항상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 나의 이 몸은 4대(大)가 화합한 것이니, 머리카락 · 털 · 손발톱 · 이빨 · 살갗 · 살 · 힘줄 · 뼈 · 골수 · 뇌 · 더러운 형상은 다 땅[地]으로 돌아가고, 침 · 콧물 · 고름 · 피 · 진액 · 가래 · 땀 · 눈물 · 정기 · 대소변은 다 물[水]로 돌아가고, 따뜻한 기운은 불[火]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기운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 4대가 제각기 흩어지면 지금의 허망한 몸은 어디에 있겠는가.'

 

 

p. 86

 무아(無我)의 상태에서는 행위자는 없고 행위만 있다. 자아가 소멸되어버렸기 때문에 걸어가지만 걸어가는 자는 없고 걸어가는 행위만 있고, 밥을 먹지만 밥을 먹는 자는 없고 밥을 먹는 행위만 있고, 살아가지만 살아가는 자는 없고 살아가는 행위만 있다. 비유하면, 아이가 놀이에 빠져 있는 동안 놀이하는 자는 없고 놀이만 있고, 영화 관람에 몰입해 있는 동안 관람자는 없고 관람만 있고, 독서삼매에 빠져 있는 동안 독서하는 자는 없고 독서만 있는 것과 같다.

 개체적 자아라는 생각을 안고 있는 한 결코 안정에 이를 수 없다. 어디에 집착한다는 건 거기에 속박되었다는 뜻이니, 개체적 자아라는 생각의 소멸로 집착이 떨어져 나가버린 게 해탈이다.

 무아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은 '자아'를 없애라는 게 아니라 애당초 '자아'는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p. 131

 밥 먹을 때 밥만 먹는 게 평상심이다. 허나 범부들은 밥 먹을 때 밥만 먹는 게 아니라 천만 가지 생각을 하고, 걸을 때도 앉아 있을 때도 온갖 생각이 허공을 떠돈다. 몸은 '지금 여기'에 있는데, 생각은 '여기'를 떠나 안 가는 데가 없다.

 '지금 하고 있는 이것', 이게 전부다. 그 외는 모두 망상이고 허구다.

 

 

p. 146-147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慈),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비(悲), 남이 즐거우면 함께 기뻐하려는 희(喜), 남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사(捨)가 '자기를 보호하고 남을 보호하는 것[自護護他]'이고, '남을 보호하고 자기를 보호하는 것[護他自護]'이다.

 왜 자비희사(慈悲喜捨) 를 닦는가?

 그것으로 탐욕과 분노와 남을 해치려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져 집착하지도 않고 싫어하지도 않아, 마음을 평온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량없는 중생에게 일으키는 자비희사, 즉 4무량심(無量心)은 자신을 돌보고 남을 돌보는 일이다.

 

 

p. 147-148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자신을 가장 염려해주는 사람'이고, 가장 보고 싶은 얼굴은 '자신을 가장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고, 가장 소중한 일은 '자신이 좋아해서 몰두하는 일'이고, 가장 큰 문제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p. 148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게 남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고, 남을 소중히 여기는 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일은 자신을 책망하지 않고 너그럽게 감싸주고 정답고 따뜻하게 보살피는 데서 시작한다. 자신을 책망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분노이자 저항이며 학대이다. 누구나 결함이나 허물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껴안아 용서하지 않고 싸우기를 계속하면, 자신은 긴장 속에서 분열되고 자책의 감옥에 갇혀서 자신의 결함이나 허물에 더욱 더 민감해져 결국 자학에 이르게 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6. 6. 12. 13:26

 

 

 

 

 

밤하늘 소녀 #19
2015_ pencil on paper & digital

아주 오랜만에 마니(☜ 링크)님 그림. 싸이월드 시절 알게 되었던 그림작가님. :)

정적이면서 식물스런 감수성이 참 좋았던 그림들 -

 

 

 

 

 

 

읽어보라고 주신 책 :)

아함경을 먼저 읽기 시작했었는데 아직도 덜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어서 아함경도 읽어야지 싶다.

큰스님 말씀으론 부처님 가르침은 참 쉽다고 하셨는데, 불교 관련 서적들을 읽다보면

학창시절 이해할수 없었던 지적 정보에 대한 그 어려운 느낌들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이게 싫다는 건 아니고... 공부에 대한 갈망 같은게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여서 오히려 잘됐다 싶다.

열공해야지. ㅋㅋㅋㅋ

 

 

 

 

p. 9

 왜 우리는 상대와 차이에 머무르지 못하고 절대에로 나아가는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운명적으로 형이상학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형이하의 세계 속에 살면서도 죽음을 의식하고 공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가 본래 보여진 세계에 속한 자가 아니라 세계를 보는 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보여진 세계의 상대성을 말하지만, 그 말이 참이 될 수 있는 것은 말하는 자가 그 말 밖에 있기 때문이다.

 

 

p. 35

 관념은 단지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관념이며, 우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단지 그런 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과 관념이 그에 상응하는 실재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불교의 통찰이다.

 

 

p. 53

 그래도 무상하게 항상 변화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로서 연속되는 그런 자아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석가가 인정하는 자아, 즉 연기의 자아이며 업의 자아인 오온이다.

 

 

p. 115

 이런 관점 하에서만 우리는 인과 과, 업과 보의 각 순간을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찰나 생멸의 연속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이 멸하고 과가 생하는 순간, 그 찰나 자체는 이전 찰나의 반복이 아닌 새로운 찰나 이므로 새로운 힘의 작용, 새로운 업의 시작이 또한 가능한 것이다. 한 순간은 그 이전 순간의 업의 결과이지만, 바로 그 순간이 그 다음 순간을 결정하는 원인이 되는데, 그 순간의 현재적 작용력은 단지 과거에 의해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새롭게 발휘되는 힘이다. 따라서 매순간은 이전 순간에 의해 규정받는 수동성과 더불어 바로 그 순간에 새롭게 작용하는 능동성이 함께 한다. 바로 그 능동적 작용이 있기에 새로운 조업 작용이 가능하며, 그 새로운 업에 의해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업의 흐름이 새로운 지향점을 향해 방향을 바꿔 나갈 수 있는 것이다.

 

 

p. 124

 이렇게 보면 불교는 선악의 근본, 업의 근본을 행위 자체에 두지 않고 어디까지나 마음에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정한 의도가 없어도 신업이 성립하게 되는 것은 그 행위가 주변을 돌아보는 주의나 배려의 마음 또는 상황에 대한 앎이 없는 부주의 또는 무지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p. 155

 존재하면서 업과 보의 관계로 연결되는 것은 단지 오온일 뿐이며, 그 오온에 대해서는 같다 다르다라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는 것이다. 전생의 오온과 후생의 오온은 전자가 지은 업력에 의해 후자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채, 인과 과, 업과 보로서 연속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는 자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아를 설한다. 자아란 오온 자체도 아니고 오온 너머에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 188-189

 즉 삼매를 수행하지 않는 일반 범부에 있어 색 등으로 나타나는 영상도 삼매에서의 영상과 마찬가지로 마음과 다르지 않은 식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수행자들에게 삼매 중에 떠오른 영상뿐 아니라 우리 일반 범부들의 일상적인 지각 의식에 떠오르는 현상 세계의 영상까지도 모두 마음이 그린 영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일체가 식일 뿐이라는 '유식(唯識)'이 성립한다. 결국 범부들이 지각하는 대상 세계의 영상도 요가 수행자들이 수행을 통해 보게 된 영상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p. 215

 다시 말해 현상 세계는 식에 의거하여 발생한 것이며, 식을 떠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현상 세계는 식을 떠난 객관 실유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실유(非實有)의 가(假)이다. 유식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하면서, 현상 세계를 성립시키는 연기를 의타기성으로 해석하고 의타기성을 다시 유식성으로 해명한다. 식의 삼성에서 의타기성은 바로 유식성이다. 유식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자아와 세계라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사실은 우리 자신의 마음이 그린 영상이라는 것, 마음을 떠난 객관 실재가 아니라는 것, 자아와 세계는 실아와 실법이 아니고 마음이 그린 영상이며 아뢰야식의 전변 결과라는 것, 아뢰야식의 견분과 상분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Posted by 보리바라봄
책 읽기2016. 5. 5. 11:06

 

 

 

영화 <서쪽 마녀가 죽었다> 중 산딸기 잼 :-)

 

 

 

 

p. 12

 뭐라고 할까, 감수성이 너무 예민해서. 뭔가 상처를 받은 게 분명한데....... 어렸을 때부터 좀 다루기 힘든 아이였잖아요.

 

p. 13

 '다루기 힘든 아이', '살아가기 힘든 타입'이라는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걸렸다.

 

p. 14

 내 전부를 알고 나면 할머니가 실망하지 않을까?

 

p. 15

 마이는 때때로 지독한 향수병에 걸리곤 했다. 집에 있을 때조차 향수병에 걸리는 경우가 있으니 향수병이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지만, 마이에게는 역시 향수병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가슴이 막막해지는 것 같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p. 18

 마이는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다시 눈을 떴다. 이 조그마한 파란 꽃은 왜 이리 예쁠까? 마치 존재 자체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만 같았다. 마이는 두 손으로 꽃을 감쌌다.

 

p. 39

 마이는 속으로는 뛸 듯이 기뻤지만 심드렁하게 말했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도와주지 뭐."

 

p. 50

 마늘은 알뿌리처럼 땅을 파고 수확한단다. 장미 옆에 심으면 장미에 벌레가 안 생기고 향기가 좋아지지.

 

p. 57

 "먼저 아침 일찍 일어날 것.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할 것."

 

p. 57-58

 "그럼, 막을 수 있고말고. 악마를 막기 위해서도 마녀가 되기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의지력이야.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힘, 자신이 결정한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 말이다. 그 힘이 강하면 악마도 그렇게 쉽게 들어오지 못할 거야. 그리고 그렇게 간단한 훈련이 마이에게는 가장 어려운 일이잖니, 안그래?"

 

 "장하다. 우리 마이, 아주 훌륭하구나. 그럼 네 스스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정해 봐라. 그리고 그걸 종이에 적어 벽에 걸어 놓으렴."

 

p. 60

 "할머니, 의지라는 것은 나중에 강해지는 거야? 아니면 타고 나는 거야?"

 마이가 물었다.

 "다행스럽게도 타고난 의지가 약해도 조금씩 강해질 수 있는 거란다.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키워 나간다면 말이지. 태어나면서부터 체력이 약했던 사람이 체력을 키워 튼튼해지는 것처럼 말야. 처음에는 아무 변화가 없는 것 같을 거야. 그러면 점점 의심스러운 마음이 생겨 게으름을 피우고 포기해 버리고 싶어지지. 하지만 꾸준히 계속하는 거야. 죽어도 변하지 않는 건 아닐까 하고 포기하려는 찰나, 전과는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는 사건이 생길 테니까. 그리고 다시 꾸준히 노력하고 또다시 힘든 나날을 겪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이러한 과정이 계속 반복되는 거란다."

 

p. 65

 마이는 할머니의 작은 동작까지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무엇을 위해서? 언젠가는 할머니를 돕기 위해서. 마이는 정말로 할머니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p. 69

 차가운 물이 발목 근처에서 물결치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그러고는 시트를 펴서 반듯하게 접어 파팡 두드린 다음 다시 펼쳐 라벤다 꽃밭에 활짝 펴서 말렸다.

 "더러워지잖아."

 "아까 물을 뿌려 둬서 깨끗해. 이렇게 하면 시트에 라벤다 향기가 배어서 푹 잘 수가 있단다."

 

p. 79

 늘 사용하여 익숙한 컵인데도 마이는 세세한 부분까지 도저히 그릴 수가 없었다.

 "할 수 있어. 그 비법은 말이지. 아침에 눈을 뜨기 직전의 꿈과 현실의 경계를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에 있어. 이제부터는 매일 아침 그 순간을 의식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봐. 그리고 내가 보려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훈련하는 거야. 처음에는 컵이든 사과든 상관없단다."

 

p. 81

 정원은 매일 변하는 거야. 그리고 일을 하지. 난 그런 매일 이외에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변화를 미리 안다는 것은 나에게 서프라이즈(surprise)의 즐거움을 빼앗는 거야. 그래서 필요가 없단다."

 

p. 87

 민트 티를 마시면서 마이는 언제나 차는 내 편이라고 느꼈다. 위로해 주고 차분하게 하고 자기를 격려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p. 97

 "그래. 충분히 살기 위해서 죽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란다."

 

p. 113-114

 "잘 들어. 이건 마녀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레슨 중 하나야. 마녀는 자신의 직관을 소중하게 여겨야 해. 그러나 그 직관에 사로잡히면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지독한 편견, 망상이 그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거란다. 직관은 직관으로 가슴속에 담아 둬라. 언젠가 진실인지 아닌지 알 때가 올 거야. 그리고 그런 경험을 몇 번이고 하면서 진짜 직관의 느낌을 깨달아 가는 거야."

 

p. 114-115

 "마이, 잘 들어 봐. 이건 굉장히 중요한 거야. 할머니는 마이가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비난하는 게 아니야. 마이의 말이 맞을지도 몰라. 아닐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와서 따져 봐야 소용없는 사실이 아니라, 지금 마이의 마음이 의혹과 증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거야."

 "난......, 진상이 밝혀졌을 때, 내 마음속의 의혹과 증오에서 해방되는 거라고 생각해."

 마이가 반박했다.

 "그럴까? 난 새로운 원한과 증오가 쌓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할머니는 마이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런 생각들이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고 생각하지 않니?"

 

p. 132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다니 마이 같은 신참 마녀에게는 무리야. 게다가 이번 경우의 근본적인 문제는 반 전체의 불안이니까. 반 아이들 하나하나 모두가 다 불안한 거야."

 

p. 133

 "할머니는 언제나 스스로 결정하라고 하지만, 나는 왠지 할머니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끌려가고 있는 것만 같아."

 할머니는 눈을 크게 뜨고 허공을 보며 시치미를 뗐다.

 

p. 145

 마이는 은룡초를 바라보았다. 광물의 요정. 빛이 없는 지하 세계의 아름다움.

 

p. 155-156

 할머니는, 할머니는, 할머니는 기억하고 있었던 거야. 그 약속.

 마이는 그 순간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을 내리쏟아지는 빛처럼 온몸으로 실감했다. 찬란한 빛이 고치를 녹이고 봉인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할머니가 확실히 죽었다는 사실도. 기쁜 건지 슬픈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마이는 눈을 감았다. 싸울 듯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크게 외쳤다.

 "할머니가 정말 좋아!"

 눈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마이는 분병히 들었다.

 마이가 지금 마은속 깊이 절실하게 듣고 싶은 그 소리가 마이의 가슴과 부엌 가득히 따뜻한 미소처럼 울려 퍼지는 것을.

 "I know."

라고.

 

 

 

Posted by 보리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