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긍정일기2018. 10. 14. 19:31



하루종일 골골 누워있는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천장이 빙빙 돌면서 좀 심하게 어지러웠다.
삼,사일 전 쯤에도 약간의 어지러움증이 있었는데
그게 일상 생활에 무리를 줄 정도는 아니여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다시 누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여전히 어지러웠다.
병원엘 좀 가야겠는데 어지러워서 준비하는 게 어려웠다.
일요일에 문을 여는 병원을 찾고, 겨우 겨우 나갈 준비를 하며,
잠깐 사이 마구 너질러진 방 안을 보고 있자니 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만 같았다.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겨우 이정도 가지고 이렇게 힘들면,
다른 수많은 아픈 병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견뎌내라고? 다들 어떻게 참고 살아가는 걸까...’


무언가 전부 그만 두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이럴 때 무슨 생각을 하면 좋을까 떠올려 보니,
삼귀의와 선지식 스승님 이었다.
그리고 어제 들었던 ‘고통을 감내하다’ 법문도 생각했다.
‘내 아픔으로 다른 중생들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다면’하는 고귀한 생각까진 못했지만,
불만스러운 마음을 내려놓고 이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할 수 있었다.

7년 전 쯤에도 같은 증상을 겪은 일이 있는데 그때도 지금도 원인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과의 법칙이 정확함을 알게 되었으니... 

그럴만 한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혼자 있을때 아프면 서럽다지만, 그렇지 않았다.
택시를 탈 수 있게 택시기사님이 계시고,
치료 받을 수 있게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 분들이 계시니...
엄밀히 따지면 혼자라고 볼 수는 없다.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받으려고 앉아 있다 보니 구역질이 나와서 결국 토해버렸다. 

노란 연두색 같은 위액이 나왔다.
그리고 검사를 받는데, 이 정도면 입원해야 한다고 좀 더 일찍 오지 그랬느냐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했던 생각은 웃기지만 ‘마냥 엄살은 아니라 다행이다’였다. 

뭐 겁을 주시려는 것일지도 모르고 일찍 갔다고 하더라도 입원은 안했겠지만.

병원은 일절 가지 않은지가 꽤 되었고, 평소 불신을 가지고 있는 측면도 강한 편인데...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수액을 맞고 약 처방도 받아왔다.

수액을 맞으며 누워있는데...
어떤 서러움이나 슬픔과는 다른 감정이 올라왔다.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젠 정말 ‘내려놓으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던히도 애써가며 노력하면 될거라고 여겼던 일들이,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는 걸 

왜 모르느냐고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되면 그 긴긴 시간들과 마음들이 전부 허망한 일이 될 수가 있는데, 

그럼에도 그 반짝이던 날들과 예쁜 마음들은 변함없이 여전하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소중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법으로 나와 모든 중생들을 사랑할 때가 왔구나 알게 된다.




* 참회, 감사, 원력, 회향의 마음

내가 하는 생각과 판단이 모두 옳다고 여기며 살아온 잘못들과, 오랫동안 붙들고 있었던 집착의 마음들을 참회합니다. _()_

가장 거룩한 삼보와 은혜로우신 선지식 스승님께 감사합니다.
시방세계에 항상하신 불법승 삼보께 감사합니다. _()_

모든 집착과 애착의 마음을 내려놓고,
오직 보리심을 일구며 세세생생 보살도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_()_

모든 선근공덕을 일체 중생들께서 고통 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향하겠습니다. _()_


Posted by 보리바라봄